개인 vs 기관 전쟁에 서학개미도 참전

게임스탑. 해외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게임스탑. 해외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게임스탑 작년말 이후 주가 1,745% 폭등
'폭탄돌리기 피해 우려' 위험성 지적

[컨슈머뉴스=박기열 기자] 개인과 기관 간의 '공매도 전쟁'이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기에 서학개미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증시도 공매도 전쟁이 발발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전날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주식을 5,992만 달러(약 667억 원)어치 결제했다. 매수 금액은 3,140만달러(350억 원), 매도 금액은 2,852만 달러(317억 원)로 순매수 금액은 288만 달러(32억 원)였다.

게임스탑은 비디오게임 유통점 체인 업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기업 중 하나다. 주식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당 4∼5달러에 거래됐다. 횡보하던 주가가 관심을 받게 된 건 작년 8월 말 반려동물용품 유통업체인 츄이의 설립자 라이언 코헨이 게임스톱의 주식을 10% 넘게 취득하면서다. 이런 소식에 개인 투자자도 게임스톱을 사들이면서 주가는 상승했다. 츄이가 반려동물 상품 온라인 시장에서 업계 내 선두를 달리는 만큼, 소매점 위주의 게임스톱이 체질 개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바탕이었다.

GME, AMC 다음은 SNDL? 

미국 소매형 게임판매업체 게임스톱(GME)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미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미국 증권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백악관까지 나서 "상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게임스톱의 주가는 이날 기준 347.51달러로 마감했다. 하루에 135%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1주일 전의 시세인 40달러와 비교하면 8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개미들은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에 주식을 매수하게 되는 '숏 스퀴즈' 현상을 노리고 있다. 2008년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던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숏 스퀴즈 당일 주가가 500% 폭등하며 업계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개미들의 '묻지마 매수'가 지속되며 투자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게임스탑 공매도에 나선 멜빈 캐피털은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불과 3주 만에 30% 가까이 손실을 냈다. 이로 인해 멜빈 캐피털은 다른 펀드로부터 수조원대의 자금 수혈을 받은 상태다.

WSJ는 이 같은 결과를 '개미의 승리'로 평가했다. 항상 기관에 밀려 시장에서 패배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만큼은 월가를 압도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개인 투자자들이 하나로 뭉쳐 월가의 속설을 깨뜨리고 있다며 게임스톱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게임스탑에 이어 미국 영화관 체인업체 AMC, 휴대전화 생산업체 블랙베리, 노키아, 선다이얼그로워스 등도 이들의 타깃이 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주가 폭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미들의 집단 매수가 연이어 성공한다면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업의 실적이나 전망과는 무관하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뤄지는 집단적 매수 현상은 투기 광풍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기업 외적인 이유로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식의 거품이 꺼질 때 생길 피해와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주가가 펀더멘털(기초여건) 대비 과대평가된 것이라면 '폭탄 돌리기' 끝에 결국 누군가는 고점에 주식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7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투자자 보호와 효율적인 시장 관리를 위해 유관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美 공매도 꺾은 '개미의 힘'…동학 개미도 가능할까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해 1,4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회복한 것도, 올해 들어 사상 최고점인 3,200선을 돌파한 것도 개미의 영향이 컸다.

그간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들었던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더 이상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가 공매도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도 추진되는 만큼, 향후 개미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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