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는 '쪽박'...美게임주 둘러싼 '쩐의 전쟁'

게임스톱 주가 추이. (그래프=네이버 캡처)
게임스톱 주가 추이. (그래프=인베스팅닷컴)

[컨슈머뉴스=오정록 기자]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뉴욕증시에서 공매도 큰손들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공매도를 친 헤지펀드들에 반발해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를 독려하고 주가를 끌어올리면서다. 게임스톱, 블랙베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개인투자자들의 힘을 과시하는 사례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분별한 쏠림 현상에 따른 시장질서 파괴와 거품 붕괴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게임스톱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4거래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게임스탑을 1847만 달러(205억원) 매수해 매수결제 규모 47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매도 결제 규모는 1634만 달러(181억원)으로 집계됐다. 변동성이 큰 종목인 만큼 금방 내다 판 셈이다. 게임스톱처럼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진 보안업체 블랙베리도 1785만 달러(197억원)치 매수했다.

1984년 설립된 게임스톱은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14개국에 5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인 미국 오프라인 게임 소매점 체인이다. 지난해 말 실적발표에서는 3월까지 1000개 이상 매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그럼에도 갑자기 화려한 조명을 받은 이유는 헤지펀드의 포지션이 노출되면서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주식 게시판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를 중심으로 해당 종목이 공매도 대상이 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톱에 ‘묻지마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최근 3개월 동안 10달러 대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장중 150달러까지 올랐다. 공매도는 주식 하락 시 수익을 올리는 전략으로,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를 한 헤지펀드 회사는 손실을 줄이고자 환매수(숏커버링)에 나서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국내 증시와 달리 상·하한이 없어 단기간 수익을 낼 수 있고, ‘공매도 세력’을 단죄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식 관련 카페나 SNS를 통해 공매도 잔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제2의 ‘게임스톱’을 찾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유행처럼 번진 원유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채권)이나 인버스X2(일명 곱버스)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둘 다 상품이나 시장에에 대한 이해 없이 뛰어들었다가 개인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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