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기업 금호아시아나...정부 비호 아래 있나?

[아시아나 항공이 박삼구 회장 리스크로 최대의 위기를 맡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이 박삼구 회장 리스크로 최대의 위기를 맡고 있다.]

[컨슈머뉴스=김충식 기자] 시류(時流)를 읽지 못하고 이어지는 박삼구 회장의 시대착오적 일탈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최근 여승무원 성희롱 의혹으로 질타를 받았던 박 회장이 이번엔 기내식 파동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가 불공정 하도급계약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일반 승객들이 굶는 상황에서 박 회장이 탄 비행기에는 따뜻한 기내식이 제공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경영’ 논란은 더 커졌다.

박 회장은 기내식 공급 지연에 이은 하청업체 사장 자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지난 4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이마저 비판을 거세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다 경영 경험이 없는 딸을 전격적으로 계열사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낙하산’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무리한 M&A로 그룹을 공중분해시킨 경영책임에도 국민 혈세로 가까스로 살아난 계열사를 지분 매입 우선권을 통해 되찾았던 박 회장이 기업사유화를 위한 ‘가족경영’에 열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사내직원들까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성토할 태세여서 이번 사태가 대항항공에 이어 '제2의 항공 갑질'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금호아시아나 사태를 해결책은 없는지 사안별로 하나씩 3회에 걸쳐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여승무원 성희롱 의혹...터지는 제보

박삼구 회장의 여승무원 성희롱 의록은 지난 2월~4월 ‘MeToo’ 열풍 당시 SNS와 직장인 앱을 통해 제보가 이루어져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번엔 박 회장이 승객의 ‘안전’보다 자신의 ‘기쁨’을 더 중요시한다는 폭로로 이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이 아시아나 본사에 방문할 때 마다 승무원들은 안전 교육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 때문에 승무원들은 안전 교육 행사와 비행 사전 브리핑을 생략하기도 했다. 아시아나 현직 승무원은 “안전 교육이 있는데 회장님 오신다고 하면 교육은 제쳐두고 회장님을 맞이하는 행사를 하는게 더 중요하고...그게 문제였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승무원들은 ‘가슴이 터질 듯이’ 박회장을 환영하는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나타나면 팔짱을 끼거나 아부하며 기쁨조 역할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승무원의 라디오 증언을 들어보면 “일단 회장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3-4명 정도를 골라서 회장님이 복도에서 걸어오실 때 달려가서 반기는 역할을 정합니다. 누구 씨는 왼쪽 팔짱 끼고 누구 씨는 오른쪽 팔짱을 끼고 딱 붙어서 모셔오라고 합니다. 멘트는 회장님 이제 오셨습니까, 회장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습니다 등등 이런 멘트들을 하면서 모셔오면 회장님을 가운데 끼고 삥 둘러서서 몇 기 누구입니다. 기수와, 이름 준비했던 멘트를 합니다. 회장님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어젯밤 꿈에 회장님이 나오실 정도였습니다. 회장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4년 5월 아시아나 신입 승무원들은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 아는지….”라며 박 회장을 만나면 이렇게 노래를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아시아나는 이런 환영 행사가 교육생들의 자발적인 준비였다고 주장하지만, 승무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라디오를 통해 증언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회장님이 들어오면 교관님들부터 눈물을 흘리십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저희가 멀뚱멀뚱 가만히 있겠습니까? (잠깐만... 왜 눈문을 흘려요?) 감동적이고 고마운 마음으로 그렇게 눈물을 흘린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보셨어요, 직접 눈물 흘리는 걸?) 네, 제가 직접 본 얘기들만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안아드릴 때 ‘회장님 한 번만 안아주십시오’라는 말은 삼가하라고 합니다. 한 번만이라는 게 회장님께서 기분이 나쁘실 수 있으니까 이 정도까지 말씀을 하시거든요.”

박 회장이 직접 성추행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7일 보도에 의하면 익명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박 회장에게) 손등 뽀뽀와 포옹을 했다, 화장실이나 휴식 공간에 숨어 있으면 찾아낸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승무원을 만나는 행사에서 '기 받으러 왔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은 박삼구 회장의 기쁨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은 박삼구 회장의 기쁨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기업 금호아시아나...정부 비호 아래 있나?
1600억 원 갑질에 ‘공정위’는 무혐의 처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문제는 문재인 정부들어 확연히 드러났다. 그렇다고 금호아시아나에 이렇다할 제재가 이루어진 것도 없다. 대한항공의 갑질과 비교해보면 금호아시아나가 문재인 정권의 비호아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금호아시아나는 국내 대표적인 '호남 출신 기업'이다. 오너인 박삼구 회장은 호남의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출신으로 38회 졸업생이다. 호남의 '성골'로 불린다.

현 정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45회),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43회), 김영록 전남지사(전 농림축산부 장관, 48회), 문무일 검찰총장(55회), 김용우 육군참모총장(54회)으로 광주일고 출신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5명에 달한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39회)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국회의원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주승용·김동철·장병완·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있다.

이와 함께 광주일고 출신 기업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일고 출신 대표적인 기업인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39회), 박성수 이랜드 회장(46회),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52회)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정찬형 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 고(故) 김정태 국민은행장, 장인환 전 KTB자산운용 사장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광주일고 출신을 비롯해 호남 출신이 정부 요직을 대거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초 기준 문재인 정부 100대 요직에는 호남 출신이 28명(28%) 기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광주·전남 출신 인사는 17명이다.

청와대는 13명의 수석급 이상 자리에 호남 출신 인사 4명(광주·전남 3명)이 포함됐다. 대통령비서실장, 정책실장, 국민소통수석, 국가안보실 1차장 자리다.

정부 내각에선 장차관, 차관급 이상 요직 60개 가운데 호남 출신 인사가 차지한 자리는 18곳이다. 광주·전남과 전북인사 9명이 각각 포진했다.

그래서일까? 금호아시아나 문제에서만큼은 관대한 이 정부와의 유착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유착설을 끊기 위해서라도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갑질과 황제경영에 대해서 단칼을 들이대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특히 공정위가 비호하는 듯한 모습은 (현 정부에서) 금호그룹에게는 최고의 강점이 최대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에 빌붙어 성장했던 기업은 다시 내리막길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컨슈머뉴스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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