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의 욕심이 부른 화...예정된 기내식 대란
협력업체 사장 자살로 아시아나항공 '상생의미' 퇴색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란으로 창립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맡고 있다. 사진=아시아나 항공]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란으로 창립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맡고 있다. 사진=아시아나 항공]

[컨슈머뉴스=김충식 기자] 시류(時流)를 읽지 못하고 이어지는 박삼구 회장의 시대착오적 일탈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최근 여승무원 성희롱 의혹으로 질타를 받았던 박 회장이 이번엔 기내식 파동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가 불공정 하도급계약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일반 승객들이 굶는 상황에서 박 회장이 탄 비행기에는 따뜻한 기내식이 제공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경영’ 논란은 더 커졌다.

박 회장은 기내식 공급 지연에 이은 하청업체 사장 자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지난 4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이마저 비판을 거세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다 경영 경험이 없는 딸을 전격적으로 계열사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낙하산’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무리한 M&A로 그룹을 공중분해시킨 경영책임에도 국민 혈세로 가까스로 살아난 계열사를 지분 매입 우선권을 통해 되찾았던 박 회장이 기업사유화를 위한 ‘가족경영’에 열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사내직원들까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성토할 태세여서 이번 사태가 대항항공에 이어 '제2의 항공 갑질'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금호아시아나 사태를 해결책은 없는지 사안별로 하나씩 3회에 걸쳐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1,600억 원’의 욕심이 부른 화(禍), 예정된 기내식 대란
15년간 기내식 제공한 ‘LSG’에서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변경

대한항공과 함께 한국의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양대 기업인 아시아나 항공에 ‘기내식 대란’이 발생한 것은 지난 1일이다. 기내식 공급 문제로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항공기 80편 중 51편이 1시간 이상 지연 출발했으며 그중 36편은 기내식 없이 출발했다.

다음 날 2일에는 전체 항공 75편 중 18편이 1시간 이상 지연됐고 16편은 기내식 없이 출발하는 등 지난 4일 박삼구 금호 아시아나 회장이 머리를 숙이던 날까지 인천공항을 떠난 아시아나 항공기 310편 중 131편(42.3%)이 기내식없이 운항됐다. 이중 65편은 1시간 이상 지연 출발했다.

승객들은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승무원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 승무원은 ‘미봉책인 간편식의 대체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이용승객들이 받은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일선에서 초유의 사태를 고스란히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승무원들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들은 표면적으로 보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번 기내식 대란 사태의 이면에도 그룹의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금호아시아나 직원 30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서는 이번 사태가 기내식 업체 변경에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과연 업체 변경이 필요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나 한 직원은 “기내식만큼은 아시아나가 대한항공보다도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굳이 기내식 업체를 바꾼 것은 박삼구 회장이 경영실패로 인한 부실을 메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받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내식 대란에 이어 협력회사 대표의 자살사건과 관련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본사에서 4일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논란은 더 커졌다.] 
[기내식 대란에 이어 협력회사 대표의 자살사건과 관련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본사에서 4일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논란은 더 커졌다.] 

기내식 대란임에도 불구하고 박삼구 회장이 중국 베이징 출장시 이용한 비행기에서는 기내식이 우선 제공된 사실이 알려지자 고객들의 원성을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은 기내식 제공업체를 LSG에서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변경하면서 일어났다. LSG는 지난 15년간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아시아나가 재계약 조건으로 1,600억원을 투자하라고 하면서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말이 투자이지, 대기업이 협력회사에게 회사채 1,600억원어치를 구매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갑질’과 같다”고 말했다.

LSG는 자본금 65억에 연매출 1,900억원의 회사다. 그런 회사에게 1,6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사라고 강요하는 것이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LSG는 반발했고 아시아나 항공은 재계약을 안해줬다.

보도에 의하면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현금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기내식 공급업체에 무리하게 회사채 매입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13년간(2003년 7월 계약) 기내식 공급해 온 LSG와 재계약이 물거품이 된 아시아나는 이를 해지하고 중국 자본인 하이난 그룹 계열과 합작사인 GGK를 설립하는 계약을 2016년 12월 체결했다. 2018년 7월 1일부터 GGK가 기내식을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당시 하이난 그룹은 금호그룹 계열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이난그룹의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는 이 댓가로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30년간 공급하는 독점권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 기내식 제조 공장에서 대형화제가 발생했다. 당시 보도에서도 아시아나가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염려가 나왔다. 아시아나는 7월 1일 전까지 3개월간 당장 하루에 3만 끼를 제공해 줄 업체가 필요했다.

금호아시아나는 LSG와도 협상을 벌였지만 이미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LSG가 아시아나의 요구를 들어줄리 만무였다. 결국 아시아나는 샤프도앤코와 단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샤프도앤코는 주로 중동 항공사에 할랄푸드(무슬림이 먹는 음식) 기내식을 납품하며 성장한 회사다.

계약 당시 1일 2만5천 기내식를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운 부분은 할랄푸드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라면 기내식 제공 업체 선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샤프도앤코가 속해있는 그룹은 샤프그룹으로 불리어진다. 샤프도앤코는 비행기 운항지원, 즉 공항지상조업을 전문으로 하는 샤프에비에이션케이가 2016년에 설립했다. 이곳은 샤프도앤코 외에 샤프티이씨앤엘(여행업), 샤프엘빗시스템즈 에어로스페이스(항공기부품 제조업), 샤프테크닉스케이(항공기 정비업), 샤프에스이(온라인정보 제공업)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업계에선 ‘샤프그룹’으로 통한다.

기내식 대란, 협력업체 사장의 자살로 이어져
포장할 장소도 없는 곳에서 28시간 근로한 화인CS 직원들

기내식 대란은 결국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인 화인CS의 사장이 자살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아시아나에서는 이 사태의 원인을 기내식이 모자란게 아니라 기내식 포장업체가 잘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아시아나는 샤프도앤코는 충분히 기내식을 충당할 수 있는 업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포장업체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최근 대표가 기내식 납품으로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CBS 김현정 앵커와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하청업체 직원은 “아시아나항공이 LSG와 계약했을 때에도 화인CS는 하청업체로 기내식 포장을 했다”고 말했다. LSG랑 결별한 후에 GGK라는 회사랑 새로 계약을 한 후에도 화인CS는 계속 하청업체로 남아 있었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그런데 갑자기 GGK라는 회사의 공장에 불이 나면서 GGK로 입주해서 일을 못하고 샤프도앤코라는 새로운 조그마한 회사에 들어가서 포장을 하게 된 상태”라로 말했다. 다시 말해 화인SC는 기내식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만들어진 기내식을 포장하는 회사다.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저희(화인CS)는 충분한 인력으로 준비해서 근무를 하려고 했었는데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너무 좁고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3만식을 포장할 수 있는 환경이 도저히 안됐다는 것.이 부분에서 정확히 해야 할 부분은 화인CS가 3만식을 만들지 못하는 회사가 욕심을 내서 무리하게 수주를 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화인 CS는 음식을 받아서 포장을 마지막 세팅을 해서 기내로 보내는 역할만 할 뿐인데, 샤프도앤코가 제공한 장소는 충분한 인력이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였다는 것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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