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실손의료보험 구조적 문제 방치 안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리츠타워. (사진=메리츠화재)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리츠타워. (사진=메리츠화재)

[컨슈머뉴스=김지훈 기자] 지난해 메리츠화재에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해뒀던 A씨는 연초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 A씨는 최근 지병인 방광관련 한방치료를 받고 실손보험료를 청구했지만 일반 침치료만 급여 대상이고 봉침등 한방 전문 침치료 대부분은 비급여로 실손의료보험 혜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매달 꼬박꼬박 적지않은 금액을 실손의료보험료로 보험사에 납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병 치료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손의료보험 체계에 불만이 가득하다. 더욱이 매년 오르던 실손의료보험료가 올해 또 인상될 것으로 보이면서 A씨처럼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는 실손의료보험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 같다. 

보험료 인상으로 가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보험료를 올리는 보험사들 또한 속내는 편치 않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도 새해에는 실손의료보험의 구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31일 신년사를 통해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시장에 연착륙시켜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금 누수, 손실 확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낭비되는 보험금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과잉진료가 빈번한 일부 비급여는 정부 차원의 관리대책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소비자 신뢰 회복 과제 발굴 △혁신을 통한 성장 기회 확보 △디지털 경제 환경에 맞는 판매채널 변화 △자동차보험 정상화 지속 추진 등을 2021년 사업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사진=손해보험협회)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사진=손해보험협회)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매년 1월부터 4월 사이에 실손의료보험료를 조정했던 보험업계가 올해는 실손의료보험료를 평균 10.2%가량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 3년간 실손의료보험료는 꾸준히 인상됐다. 소비자들은 3년 연속 오르는 실손의료보험료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보험료를 올리는 보험사들도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필요한 만큼 보험료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130%를 넘긴 만큼 보험료를 적어도 20%는 넘게 올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해율이 130%라는 건 보험사가 100만 원의 보험료를 받으면 가입자에게 13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경영악화를 이유로 예외적으로 실손의료보험료 두 자리 인상을 허락 받았던 한화손보, 흥국화재, MG손보가 올해에는 업계 평균 수준으로 보험료를 인상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각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료율 인상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면서 비상경영 상태에 놓인 3개 보험사(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MG손해보험)도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해 경영개선조치에 해당된 이들 3개 보험사는 실손의료보험료를 10% 미만 한 자릿수로 인상하라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바 있다. 당시 한화손보는 50% 중반, 흥국화재와 MG손보가 보험료를 20%대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이들 보험사 3곳은 올해 업계 평균 수준인 10%대에 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등에 대해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하는 의료보험으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에 대해선 각사가 요구한 인상률의 60% 수준을, 2009년 10월 이전에 팔린 '구(舊) 실손보험'에 대해선 80%를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건 자동차보험도 마찬가지. 자동차보험료도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제때, 필요한 만큼 올리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자동차보험 관련 수익은 2017년을 제외하면 항상 적자였다.

이 때문에 중소형 보험사들은 돈 안 되는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을 줄였고, 상위 4개 보험사가 자동차보험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 불만인 보험료 책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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