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폭염·태풍 피해 때문만은 아니다

여름배추 생산 현장
여름배추 생산 현장

[컨슈머뉴스=김병조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추 가격이 크게 올라 소비자들을 걱정시키고 있다. 특히 여름에 배추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그 이유가 장마나 폭염, 태풍 등의 날씨 때문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하절기 배추 가격 고공행진의 불편한 진실을 소개한다.

배추는 노지채소 중 비교적 생육기간이 짧은 편으로 묘를 심은(정식) 70일 정도면 완전 결구(結球) 상태로 수확할 수 있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모두 생산되고 있다.

국내 배추 생산량은 노지채소 중에서 가장 많은 연간 2백만 톤에서 2백만 3천 톤 수준이며, 이중 김장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가을배추 비중이 55%로 압도적으로 많고 봄배추는 20%, 겨울배추는 13%이며 여름배추는 12%로 가장 적다.

배추는 호냉성(好冷性), 즉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채소로 여름배추는 봄배추나 가을배추, 겨울배추에 비해서 생육이 부진해 포기당 무게도 덜 나간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산 배추 포기당 무게는 봄배추 2.5kg, 여름배추 2.1kg, 가을배추 3.1kg, 겨울배추 4.0kg이다. 여름배추의 무게는 겨울배추의 1/2수준이다.

여름배추는 해발 400미터 이상에서 주로 생산되며, 특히 7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해발 600미터 이상의 열악한 재배환경에서 생산된다. 그만큼 생육 관리 및 비용도 많이 들어서 생산비가 겨울배추의 1.9, 봄배추의 1.4배 수준이다. 여름배추의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다.

이와 같이 여름배추는 다른 계절보다 생산량도 적고, 생산비도 높아서 연중 가장 높은 가격 수준을 보이고 있다. 평년 도매가격 기준으로 6월 대비 7월은 1.3, 8월은 2.1, 9월은 2.6배 수준이다. 또한, 여름배추는 저장성이 매우 떨어져 일별 가격 등락폭도 매우 크다.

특히 섭씨 30도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 결구가 지연되어 무게가 덜 나가지만, 병해가 급속히 확산될 경우 농업인들은 불가피하게 정식 후 70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60일 내외에서 조기 수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포기당 무게가 감소하고 상품(上品) 비율도 현저히 떨어지며 생산량은 급감한다.

이러한 계절적 특성으로 정부는 연중 가격이 가장 낮은 6월에 배추를 매입·비축해 7~9월 공급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비축만으로는 여름철 공급물량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마나 폭염, 태풍 피해가 특별히 심한 해에는 여름배추의 가격이 더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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