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공정행위' 조사 시작...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주목'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국내 온라인 유통계의 공룡으로 자리잡은 쿠팡. 지난달부터 무료 배송 행사를 열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이마트가 최근 '최저가 보상제'를 14년 만에 꺼내들었다. 온라인보다 자신들이 더 비싸게 팔면 차액을 보상해주겠다는 것. 그러자 다른 유통업체들도 이에 뒤질세라 앞다퉈 최저가 보상제에 뛰어들고 있다.

급격히 성장한 온라인 업체와 고객 사수에 나선 대형마트들... 이른바 '슈퍼갑'들의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고래싸움의 틈바구니에서 납품업체들은 단가 인하 압박 등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정위가 익명 제보시스템을 가동해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미국에서도 아마존이 '최저가 보장'을 내세우다 소비자피해가 예상되자 반독점법에 걸려 검찰에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아마존의 최저가 보장을 벤치마킹해온 쿠팡이 같이 피소될 가능성이 높다.

28일 KBS에 따르면, 1997년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했던 최저가 보상제. 당시 업체들은 가격 보상에 드는 돈을 모두 자체 비용으로 충당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부담이 납품업체 몫이었다. 제품 가격은 깎고 비용은 광고비, 포장비 등의 명목으로 납품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격 경쟁은 사실 기업들이 해야 할 마지막 수단인데, 소비자들한테는 즐거울 수 있으나 수많은 납품업체의 수많은 희생이 (따릅니다)."고 유통공룡들을 비판했다.

1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최저가보상제. 이번에도 유통사들은 스스로 보상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납품업체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이미 단가 인하 압박은 과거보다 더 거세졌다. 특히 일부 유통사들은 경쟁사의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납품업체에 단가 인하를 요구할 정도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다른 곳에 더 싼 가격이 뜨면 바로 연락이 와요. 더 내릴 수 있지 않냐고...(대형마트도) 뛰어들면서 더 심해졌어요."고 실토했다.

결국, 공정위가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미 익명제보센터를 통해 불공정행위 사례 수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부당한 단가인하 요구와 비용 떠넘기기 등이 주요 감시 대상이다.

이준헌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이에 대해 "납품된 (상품의) 가격을 다시 한번 감액을 한다든지, 서버비라든지 광고비 등 새로운 형태 비용 계정을 만든 다음에 부당하게 납품업체한테 전가한 행위는 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고..."고 말했다.

공정위는 유통업계의 최저가보상제 운영에 조금이라도 부당한 거래가 의심되면 즉시 직권조사에 나서 강하게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아마존이 미국 본고장에서 첫 반독점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아마존은 입점업체들에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해왔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같은 문제로 도마에 오를 전망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 27일 미국 워싱턴DC 검찰이 아마존을 상대로 낸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아마존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온라인 소매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방해했으며, 입점업체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끼쳤다고 적었다. 검찰이 주로 문제삼은 건 아마존의 최저가 보장 조항(Price parity provision·PPP)이다. 다른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아마존에서의 판매 가격이 더 비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통상 ‘최혜국 대우’라고도 불리는데, 자사 우대, 멀티호밍 차단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의 주된 성장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조항은 2013년 영국·독일 당국이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유럽에서는 폐지됐지만, 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2019년까지 유지됐다. 2019년 이후에는 공정가격정책(FPP)으로 명칭과 문구가 바뀌었으나, 이 또한 실질적으로는 PPP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 쪽 주장이다.

검찰은 특히 아마존의 이런 방침 때문에 소비자들이 결과적으로는 더 비싼 값을 내고 물건을 사게 됐다고 강조했다. 월마트나 이베이는 아마존에 비해 입점 수수료 등이 더 저렴하지만, 입점업체가 이들 플랫폼에서 더 싸게 물건을 팔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낮은 수수료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된 셈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플랫폼 간 수수료 경쟁이 무의미해졌다고도 봤다.

국내에서는 아마존을 벤치마킹해온 쿠팡의 향방이 주목된다. 쿠팡은 거래를 중개하는 오픈마켓과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사들여 되파는 직매입 거래를 모두 하는데, 양쪽에서 최혜국 대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입점업체를 상대로 한 쿠팡의 약관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쿠팡 이외의 다른 판매 채널을 통해 판매한 다른 상품의 가격 및 거래 조건보다 고객에게 불리한 판매 가격 또는 거래 조건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는 관심사다. 공정위는 지난 2년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조사해왔다. 직매입 거래에서 최저가 납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유통업계 ‘갑질’을 다루는 대규모유통업법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 다른 유통업체 간 거래 가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쿠팡의 최혜국 대우 조항을 정면으로 다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혜국 대우의 본질은 플랫폼이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해 독점력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막상 공정거래법에는 최혜국 대우를 처벌할 만한 조항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법에 규정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유형 중에 딱 들어맞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요기요의 최저가 보장제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아닌 거래상 지위 남용(경영간섭)으로 처리한 바 있다. 거래상 지위 남용은 협상력 우위를 이용한 ‘갑질’을 뜻한다.

당분간 이커머스 업계의 최저가 전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높지 않은 셈이다.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안에 ‘온라인 플랫폼 분야 심사 지침’을 만들어 최혜국 대우 조항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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