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소득은 '제자리'...현대경제硏 작년 가계소비 분석

대파값 천정부지 (사진=컨슈머뉴스)
대파값 천정부지 (사진=컨슈머뉴스)

생활물가만 뛰어 서민들 한숨

[컨슈머뉴스=저인영 기자] 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소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엥겔계수는 12.9%로 2000년(13.3%)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현경연은 한국은행 국민계정 가계소비 지출 통계를 바탕으로 엥겔계수를 자체 산출했다. 국민이 주머니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돈은 빠르게 말라붙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1939조원)은 전년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쳐 1998년 외환위기(-1.0%)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최근 5년간 처분가능소득이 연평균 3%씩 늘어난 데 비춰보면 사실상 소득이 정체된 것이다. 최근 흐름을 놓고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4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은 재난지원금 효과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1.8% 늘었지만 근로소득(340만1000원)은 거꾸로 0.5% 줄었다. 주원 현경연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위기 국면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흐름이 강해지며 엥겔계수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식품값은 `금값`이다. 한파,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전 세계 원자재값 상승 파고가 몰려오며 생활 물가를 밀어올렸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시스템을 통해 최근 1년간 주요 신선 품목 소매가격을 분석해보니 올해 파 1㎏ 가격은 5599원으로 1년 새 82.4% 급등했다. 양파(44.3%), 사과(38.6%), 계란(31.7%), 쌀(12.1%), 닭고기(11.4%)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농축산물 가격도 두 자릿수 넘게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재료를 사다가 밥을 해먹는 흐름이 강해진 것도 체감물가가 높아진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식료품 지출(16.9%)은 두 자릿수 넘게 급증한 반면 음식점 등 집 밖에서 밥을 사먹는 비중(-11.3%)은 크게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꼭 먹고사는 것 외에 지갑을 걸어 잠그는 흐름이 강해졌다. 현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슈바베계수(가계소비 중 임대료 등 비중)는 18.7%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소비 중 기본 생계를 위한 의식주 지출 비중도 36.8%로 2005년(37.0%) 이후 가장 높았다. 밥상 물가 급등에 전·월셋값 상승이 맞물리며 의식주에 들어가는 돈 이외 지출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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