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순매수 1월 26조→2월 6조

(사진=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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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투자예탁금 한달새 8조 줄어
빗썸 신규회원 지난달 760% 폭증
변동성 심해 주식 완전대체 힘들 것

[컨슈머뉴스=오정록 기자]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에 9000만원을 투자하던 직장인 조모(39)씨는 이달 초 3분의 2 정도를 팔았다. 코스피가 3100선까지 오르자 ‘매도 타이밍’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는 주식을 판 돈 중 5100만원가량을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조씨는 “처음엔 위험할 것 같아 망설였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뛰는 데다 지인이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주식 정리하고 코인으로 간다” “주식은 당분간 먹을 게 없다” 같은 글이 올라온다. 한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리스크(위험)에다 기관이 연일 파는 국내 주식은 빨리 처분하고 (비트코인으로) 갈아타는 게 낫다”고 썼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식 투자에서 돈을 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코스피가 옆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이 지난달 국내 주식(코스피·코스닥)을 순매수한 금액은 25조8549억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개인 순매수 규모는 5조8004억원이었다.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 예탁금도 감소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12일 74조4559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난 18일에는 66조915억원으로 줄었다.

코스피는 지난달 25일 3200선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는 3100선 안팎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많이 오른 상황에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11일 9만1000원까지 뛰었다가 이달 들어선 8만원대 초·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중 일부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로 이동했을 것으로 본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케이뱅크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 확인 계좌를 제공한다. 이런 은행에서 지난달 개인 투자자가 새로 개설한 계좌는 140만여 개였다. 지난해 1월(108만여 개)과 비교하면 신규 계좌 개설은 30%가량 늘었다. 현재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암호화폐 거래소 네 곳에서 은행의 실명 확인 계좌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규 회원도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에서 회원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달 760%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53%)과 12월(63%)과 비교해도 회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암호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1일 장중 5만7492달러(약 6500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가격 상승 폭은 98%다.

변동성이 심한 비트코인의 속성을 고려하면 주식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비트코인은 펀더멘털(기초여건)보단 센티멘털(투자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며 “워낙 (가격이) 출렁이는 자산이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등한 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높은 자산”이라며 규제에 나설 뜻을 밝혔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을 촉발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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