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하루 취급 무게만 470kg...근로복지공단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지침의 2배”

(사진=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사진=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컨슈머뉴스=김지훈 기자] "쿠팡은 산재사고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약 1년 4개월간 심야근무를 한 뒤 사망한 고(故) 장덕준 씨 유가족은 18일 오후 2시 찬 바람 속에서 '쿠팡의 과로사 재발 방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외쳤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이날 “산재 판정이 나온 후 쿠팡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은 ‘덕준이 친구들’에게 일말의 도움이 되지 않는 변명 같은 이야기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12일 야간근무를 하던 장 씨는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달 9일 장 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전날인 17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장 씨 업무상질병판정서 분석 결과를 보면 고인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는데, 과중한 업무로 인해 근육을 과다하게 사용하면서 근육이 급성으로 파괴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장 씨는 입사 후 16개월 동안 하루 9.5시간에서 11.5시간 근무를 해왔고 7일 연속 근무한 경우 70.4(실근무시간 59시간)시간 근무했다. 발병 전 한 주 동안의 업무시간은 62시간 10분, 발병 전 2주에서 12주간 주당 평균업무시간은 58시간 18분이었다.

장 씨는 일용직 노동자였지만 주6일 고정 야간 근무를 해왔다. 그간 쿠팡 측은 장 씨가 근무했던 곳은 물류센터 중에서도 업무강도가 가장 낮고 취급 무게와 포장재 사용량이 가장 낮다고 주장해왔다. 장 씨의 사망 당시 업무는 집품, 포장, 푸시, 레일, 박스, 리빈, 리배치 업무를 지원하고 타 직원 지원 업무인 택배물품 스캐너, 포장된 택배 물품 운반 업무를 했다.

쿠팡 측의 주장과 달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업무에 대해 업무부담 가중 요인을 ‘교대제(야간 고정근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라고 적시했다.

강 의원은 “고인은 하루에 3.95~5.5kg의 박스나 포장 부자재를 80~100회 가량 옮기고, 수동 자키를 사용해 20~30kg(1일 20~40회) 무게를 운반했다”며 “이는 1일에 중량물 470kg(평균 4.7kg, 100회 가정) 이상을 취급한 것으로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지침에 따른 1일 취급 250kg(10회×25kg=250kg, 25회×10kg=250kg)의 2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 칠곡물류센터는 이동식 에어컨, 서큘레이터 외 전체적으로 냉방 설비도 없었다. 하루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올랐던 날이 한달 넘게 지속됐다. 무더위에 코로나19로 마스크까지 착용한 상태에서 무거운 중량물을 취급했다는 뜻이다.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던 쿠팡은 공단의 산재 판정이 나오자 사망 4개월 만에 ▲근로자 연속근로일수 제한 ▲일용근로자 특수건강검진 체계화 ▲근로자 개인별 UHP(Unit Per Hour, 실시간 업무 속도 전산 기록 시스템) 폐지 ▲야간근로 시간 제한을 위한 상세 계획 논의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건강검진 외에는 과로사 대책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책위의 지적이다. 더욱이 처우 개선 없는 근로자 연속근로일수 제한은 야간노동으로 생활을 유지해왔던 노동자들에겐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 반발이 예상된다.

대책위는 “쿠팡은 장기적으로 전문성 있는 기관에 의뢰해 과로사 예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자는 대책위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제한에 앞서 임금 현실화, 고용안정부터 해야 한다. 유급 휴게시간, 유급휴일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과로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미국증시 상장을 홍보하고, 좋은 기업 이미지를 만들려는 쿠팡의 이면에는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고, 청년들을 심야 노동 일용직 노동에 내모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경영철학이 있었다”며 “쿠팡의 기만적 태도를 규탄하며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보상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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