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이상 한파로 정전, 생산 시설 폐쇄…난방용 수요 폭증

공급 차질, 1분기 70달러 상회 전망도…국내 물가도 상승 압력

[컨슈머뉴스=김지훈 기자] ‘기름값’이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상승 추세에 있던 국제유가가 미국에 불어닥친 이상한파로 인해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산업이 밀집해 있는 미국 텍사스주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원유 정제시설 등이 가동을 중단하고 난방용 기름 수요가 폭증하면서다. 계란 파동 등으로 이미 올라 있는 국내 ‘장바구니 물가’도 추가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0.58달러) 오른 배럴당 60.0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WTI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브렌트유 선물, 두바이 현물 등 이미 배럴당 60달러를 넘긴 유종에 더해 50달러대 후반을 유지하던 WTI까지 60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최근 WTI 가격이 치솟은 것은 미국 내 기록적 한파의 영향이 크다. 미국 전역을 덮친 한파로 폭설과 대규모 정전 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난방용 에너지 전체의 수요가 폭증했다. 반면 텍사스주에 밀집한 정유업체들이 생산시설을 폐쇄하면서 석유 공급은 갑자기 뚝 끊겨 버렸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파가 미국 에너지 산업의 중심부인 텍사스주를 강타하면서 하루 400만배럴의 정제유 생산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최대 정제유 생산업체 모디바 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해 로열더치셀, 엑손모빌, 토탈 등 텍사스에 있던 정제시설이 일제히 가동을 중단했다. 전력 공급 중단의 여파로 유전지대와 석유 수송항까지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과 산유국의 감산 기조로 상승하던 국제유가가 기후변화로 인한 ‘돌발 변수’까지 만나면서 이제는 꺾일 기미를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국내 기름값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추세가 소비자에게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개월이 걸리지만, 상승 중이던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의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12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2월 둘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455.9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지난해 1월 수준에 도달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반영되면 수개월 내 2019년 평균 가격인 ℓ당 1472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최소한 1분기, 배럴당 70달러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근접하면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가 빈번히 발생해왔다”며 “이를 감안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강보합세를 유지하는 가격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은 이미 가파르게 상승한 곡물·식량 가격, 코로나19로 풍부해진 유동성 등과 함께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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