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김병조 기자] 농심을 필두로 국내 라면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지난 7월부터 라면 가격을 인하했다. 농심의 경우 라면 가격을 내린 것은 13년 만이다. 선두 업체 농심은 여러 라면 제품 중에 신라면만 4.5% 내렸다. 지난해에 라면 가격 평균 인상률 10.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박하니까 어쩔 수 없이 생색만 냈다는 느낌이 확 드는 대목이다.

그리고 811, 라면 가격을 내리기 직전인 올해 상반기 농심의 실적이 공개됐다. 농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2,86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1,534억원에 비해 11.57% 증가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67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33억원에 비해 무려 187.98%나 증가했다. 지난해 915일부터 라면 가격을 10.9%나 올린 효과다.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매출액은 16,97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4,925억원에 비해 13.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7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86억원에 비해 무려 204.40%나 증가했다.

놀라운 실적이다. 정부가 압박하지 않았어도 고통받는 서민들을 생각했다면 자발적으로 라면 가격을 내렸어야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농심은 라면 가격을 올리면 실적이 좋아진다는 걸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농심은 실적이 나빠지면 제품 가격을 올려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만 했지, 이익이 많이 나면 가격을 내려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이 농심의 ESG경영 수준이다. ESG경영 중에 S에 해당하는 사회성(Social) 점수가 낙제점이라는 의미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지만, 이익이 많이 났을 때는 그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기업의 윤리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런데 농심은 어떤가? 서민들의 힘으로 성장한 기업이 정작 그 서민들이 힘들 때 외면한 기업이다. 정부가 압박하니까 울며 겨자 먹듯이 생색만 냈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 기업의 제품을 먹고 있는 자본주의 서민 소비자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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