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대에 진열된 각종 라면 제품들
판매대에 진열된 각종 라면 제품들

[컨슈머뉴스=김병조 기자] 라면 가격을 두고 벌이고 있는 정부와 라면 업계의 샅바싸움에서 누가 이길까?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는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할 때 50%나 떨어졌으니 라면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618일 표명함에 따라 과연 업계가 라면 가격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제 밀 선물가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로 오르기 시작해 작년 5월에 톤당 419달러로 평년의 201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치솟았다. 우리나라의 밀 수입가격은 지난해 9월 톤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농심이 9월에 라면 출고가를 11.3% 인상한 것을 필두로 팔도와 오뚜기는 10월에 각각 9.8%11.0%를 올렸고, 이어서 삼양식품은 11월에 9.7% 인상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국제 밀 선물가격이 2월에 톤당 276달러로 평년에 비해서는 다소 높지만, 지난해 5월 대비 34.1% 내렸고, 밀 수입가격도 2월에 톤당 449달러로 지난해 9(496달러)에 비해서는 다소 하락한 시세이고, 6월 현재는 하락 폭이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근거로 추경호 부총리는 업체들이 국제 밀 가격 하락만큼 라면 가격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라면 업체들이 실제 라면 가격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라면업계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입장 전달이 없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내린 것이 사실이지만 원·부자 중에 전분 등 다른 재료비와 물류비는 여전히 오르고 있어 당장 가격을 내리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서민들을 생각하면 그냥 모른 체하고 넘어가는 것 또한 부담스러워 난감한 처지로 파악되고 있다.

라면 업계가 그동안 라면 가격을 올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린 적도 있다. 농심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에 라면 가격을 50~100원씩 최고 10%가량 내린 적이 있다. 2010년에는 삼양라면과 농심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계기로 라면 가격을 내린 적도 있다.

정서상으로는 내리는 것이 맞지만 라면 업계 내부적으로는 경쟁이 심하고, 특히 내수시장은 포화상태라서 수익성이 과거처럼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업계 1위 농심의 경우 영업이익이 과거에는 연간 1천억 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농심은 20년 전인 지난 2002년에는 매출 13,396억 원에 영업이익 1,059억 원을 거둬 영업이익률이 7.91%나 됐고, 2004년에는 매출 16,450억 원에 영업이익을 사상 최대인 1,559억 원이나 거둬 영업이익률이 9.48%나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에는 매출 19,057억 원에 영업이익이 493억 원으로 뚝 떨어져 영업이익률이 2.59%에 불과했고, 2020년부터 최근 3년간도 영업이익률이 각각 4.29%, 2.96%, 2.64%로 낮은 편이다.

 

라면 업계의 고심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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