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대1 액면절하 한달 새 물가 두배 올라...실질소득은 오히려 하락

[베네수엘라에서는 극심한 인플레 탓에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돈으로 가방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사진=Steemit]
[베네수엘라에서는 극심한 인플레 탓에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돈으로 가방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사진=Steemit]

[컨슈머뉴스=고훈곤 기자] 베네수엘라가 지난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10만대1로 액면 절하하고 최저임금을 3,000%나 올렸지만 경제위기가 진화되기는커녕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극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극단의 경제 개혁이 오히려 물가 급등과 직원 해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현지 르포를 통해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를 액면 절하하고 최저임금을 3000%나 인상하는 긴급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WP는 이미 베네수엘라 물가는 대책 발표 이후 두 배 가까이 올랐으며, 그 결과 새로운 월 최저임금인 1800만볼리바르소베라노의 가치는 암시장 환율 기준 대책을 발표할 당시 30달러에서 현재 18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내 맥도널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빅맥버거 1개 가격이 3.6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최저 임금으로는 햄버거 5개밖에 살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컨설팅회사인 애코아날라티카는 지난달 베네수엘라의 월간 인플레이션이 225%로 기록적인 수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통화 액면 절하가 전혀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중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프레디 데 프레이타스 씨(39)는 "최근 일주일 새 코카콜라 등을 비롯해 제품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해 메뉴판을 고치고 있다"며 "올해 매달 평균 1회씩 물가 상승에 따라 메뉴판을 수정해왔는데, 지난달 대책 발표 이후에는 이 작업을 격주에 한 번씩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120개 상공단체가 결집한 상업계 이익단체 콘세코메르시오의 마리아 카롤리나 우스카테기 회장은 "지난 8월 경제 개혁 발표 이후 국가 사업 중 25% 이상이 마비됐다"고 설명했다.

빅터 말도나도 전 베네수엘라 상공회의소장은 "경제계획이 이렇게 빨리 실패하는 경우를 이제까지 본 적이 없다"며 "지난 20년간 베네수엘라 내 민간 기업의 75%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WP는 현재 맥도널드는 베네수엘라 내 매장 곳곳을 폐쇄하고 있으며 문을 닫은 매장 숫자가 집계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베네수엘라 패스트푸드 전문 체인점 업주는 제품 공급 부족과 월급 급등 등의 이유로 임직원 1800명 중 600명을 곧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85개 매장 중 최소 15개 이상이 곧 문을 닫을 예정이다.

베네수엘라는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시장에 군인까지 배치하는 등 폭등한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이조차 소용이 없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식료품인 닭과 달걀은 아예 주요 도시 슈퍼마켓 선반에서 사라졌다.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 보니 농가에서 생산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라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 전역에 수십 분간 정전이 발생한다. 전력 등을 포함한 공공 서비스조차 수입 부품 부족 등으로 유지 보수가 어려워져 일상적으로 정전이 발생한다는 게 WP의 설명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는 지나친 가격 통제와 왜곡된 환율 속에서 중앙은행이 정부 재원 마련을 위해 화폐를 계속 찍어내는 모순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베네수엘라 주요 재계단체인 페데카마라스의 리카르도 쿠사노 회장은 마두로 정부의 경제 개혁이 "세계에서 가장 최악의 사건"이라며 "마두로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올리면서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전혀 만들지 않는 일종의 `징벌적 조치`를 발표했으며 이로 인한 생산량 감축은 예고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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