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반박'

발효유 불가리스. (사진=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 (사진=남양유업)

[컨슈머뉴스=김지훈 기자]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13일 주가가 장 마감 직전에 8% 급등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하며 사태를 진화했다.

13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날 오후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는 서울 중림동 엘더블유(LW)컨벤션에서 열린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에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불가리스가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시키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77.8% 저감 효과를 냈다는 게 연구 결과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이 ‘개의 신장세포’를 숙주 세포로 인플루엔자 연구를 진행했고, 충북대 수의대 공중보건학 연구실이 남양유업과 함께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 세포로 실험을 했다고 한다. 이날 남양유업은 보도자료에서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로, 1회 음용량(150mL)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 “발효유 제품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한 것”이라며 연구 의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발표가 투자자와 소비자가 ‘불가리스=인체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로 오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 손상예방관리과는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보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질병청은 이어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남양유업과 한국의과학연구원은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어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과 한국의과학연구원은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어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남양유업)

코로나 저감 효과 주장한 남양…업계 "원래 유산균은 젖산 분비해 바이러스 활동 어려워"

한편, 이날 조선비즈에 따르면, 박종수 소장의 발표는 불가리스를 마시면 독감을 99.999% 예방하고, 코로나19도 안마시는 사람보다 77.8% 덜 걸린다는 식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의미가 아니다. 남양유업 측이 이번에 연구 조사에 사용한 연구 기법은 'ASTM E1052-11' 방식으로,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평가 테스트 표준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의료기기나 손세정제와 같은 소독제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실험은 실험군과 대조군 내 잔존 바이러스의 양을 비교해 해당 제품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남양유업은 실험을 2가지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는 인플루엔자A에 감염된 개의 신장세포(MDCK Cell)를,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연구실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원숭이 폐세포(Vero Cell)를 이용했다. 실험은 실험군에 불가리스 제품을 넣은 뒤, 바이러스의 감소율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불가리스를 넣은 실험군에선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는 99.999% 감소했고,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양이 77.7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연구기관의 주장이다.

문제는 유산균은 원래 젖산을 분비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점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실험 설정을 봐야겠지만, 발표한 내용으로만 봤을 때는 유산균이 많은 환경에서는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방율 수치는 없어…질병청 "사람 대상 연구 없어 실제 예방 효과 확인 불가"

그렇다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얼마나 될까. 기자의 질문에 박 소장은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예방도 되고, 코로나 감염을 늦출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몇 %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바이러스 침입과 발현을 억제하는 기능은 분명히 있다."

의학계 전문가로 심포지엄에 참석한 백순영 전 가톨릭의대 미생물학 바이러스학 교수의 답변도 비슷했다. 백 교수는 "불가리스 실험은 인체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게 아니다. 세포 단위에서 유산균이 존재하면 감염 억제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에 예방률과의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가리스는 약이 아니라 식품으로서 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동물실험에서 불가리스를 투여(섭취)해도 예방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3일 남양유업 주가 추이. (그래프=네이버금융)
13일 남양유업 주가 추이. (그래프=네이버금융)

통상 바이오 업계에서 인체에 대한 효능을 여러 차례 임상시험을 거쳐 입증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남양유업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내내 횡보하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남양유업의 보도자료 배포에 장 마감 30분 전에 급등하며 전날보다 8.57%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남양유업은 발표에서 투자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임상시험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도 배제하기 어렵다.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서 자본시장법은 불공정거래 중 하나인 부정거래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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