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 제로레이팅 종료에 카카오T ‘프로 멤버십’ 출시

(사진=컨슈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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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뉴스=송진하 기자] 위 SKT 모바일 공지 캡처 사진에서 보듯이 최근 T맵(이하 티맵)은 앱 내 공지사항을 통해 ‘T map의 서비스 제공 주체가 티맵모빌리티(주)로 이관됨에 따라, 그동안 SK텔레콤 고객님에게 제공되던 T map 데이터 통화료 무료 혜택이 2021년 4월 19일(월) 00시부로 종료됩니다’라는 공지를 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에서 티맵 데이터 통화료 무료 혜택(제로레이팅 혹은 데이터 요금 무과금)을 받고 있던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왜 티맵까지 유료화하는건지 이해가 안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깊게 들여다보면 유료화라고 볼 수 없다. 

만약 SK텔레콤이 T맵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자사 가입자들에게 이전과 같은 혜택을 제공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어서다. 공정거래법 5장에 따르면 사업자가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에 상품 등을 제공하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 부당한 이익 제공으로 간주된다.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T맵모빌리티가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 무과금 데이터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막 분사한 T맵모빌리티로서는 1300만 이용자들의 데이터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며 "대신 공정거래법 검토를 거쳐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평균 T맵 데이터 사용량(48MB)의 두 배인 100MB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티맵이 이용자들에게 공지한 것은 서비스 자체의 유료화가 아닌, 그동안 SK텔레콤 고객에게 제공해 온 데이터 통화료 무료 혜택(제로레이팅)을 종료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SKT를 포함해 티맵 서비스 이용자는 누구나 이용한 만큼의 데이터를 차감한다는 개념이다. 현재도 SKT가 아닌 KT나 LG텔레콤 이용자들은 티맵 이용시 데이터 사용분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만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 중이거나,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범위 내에서 티맵을 사용하면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최근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10GB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T맵으로 소진되는 평균 사용량은 50MB 내외 수준이어서 제도 개편에 따라 고객 부담도 사실상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SKT와 티맵 등에 따르면, 전체 실사용자의 0.2% 가량이 추가적인 데이터 요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가 내야할 데이터 사용에 따른 추가 요금은 종량제 이용자의 경우 0.5KB 당 0.011원을 책정하고 티맵 평균 사용량인 48MB를 적용하면 약 1081원이 나온다. 이 요금도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모두 소진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어서 실제 티맵 사용으로 인한 요금을 납부하게 되는 규모나 사례는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그동안 데이터를 차감받지 않고 무료로 이용해 온 고객 입장에서 반가운 변화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티맵 이용률이 높은 택시기사나 택배기사, 배달 라이더 등 특정 직업군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티맵은 SKT 이용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혜택 종료 6개월 후인 오는 9월까지 매달 100MB의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티맵 측 관계자는 "T맵을 가장 많이 쓰는 택시 기사들도 T맵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약 85MB일 정도로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다"며 "그러나 고객 불편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앞으로 6개월간 티맵 사용자에게 데이터 100MB를 추가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 모빌리티 플랫폼 T map(티맵)  (사진=SKT)
SKT 모빌리티 플랫폼 T map(티맵) (사진=SKT)

요금 부과를 피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와이파이 환경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비게이션 서비스 특성상 움직이는 차 안에서 와이파이를 통한 접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럴 때는 와이파이 환경에서 티맵 지도를 미리 다운받아 놓고 이용하면 데이터 차감 부담을 덜 수 있다. 티맵은 지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다운로드 받아 구동되는데 이를 미리 받아놓으면 데이터 이용량을 줄일 수 있다. 티맵 앱을 켜고 '설정'에 있는 '버전'을 누른 뒤 '다운로드 지도' 사용을 활성화하면 지도 데이터가 저장된다. 단, 다운로드 지도는 종종 수동 업데이트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월간 이용자 수 1300만 명,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티맵이 SKT 고객들에게 제공하던 데이터 무료 혜택까지 종료하면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서비스 운영비 절감을 목표로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운수업계 등 내비게이션을 온종일 이용해야 하는 많은 이들이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택시콜 서비스인 카카오T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동안 택시기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온 콜 서비스를 유료화하기로 하고 일반 택시기사를 위한 월 9만 9천원의 '프로멤버십'을 출시했다.

이 또한 택시기사들에게 멤버십 가입을 강요하는 일방적 유료화 선언이라는 눈총을 받기에 알맞다. 전국 택시노동조합 연맹 등 4개 단체가 성명을 통해 "독점적 지배시장 지위를 악용한 시장 교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기사의 편의성을 고려한 상품이라지만 배차혜택을 받기 위해선 멤버십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이들의 불만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T맵과 카카오T는 택시 호출과 내비게이션 등 영역에서 각각 1,2위를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T맵은 가입자수 1845만명으로 시장점유율 79%, 카카오T는 택시호출 플랫폼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무료 서비스를 통해 시장에 진입해 점유율을 높인 뒤 슬그머니 유료로 전환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카카오T, 가맹택시 시장 경쟁 심화되는 시점에 유료화 카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최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는 글로벌 골리앗 우버와 손잡고 합작법인(JV) '우티'를 오는 4월 1일 출범한다. 우티는 기존 T맵택시 서비스를 이어받아 카카오 택시와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된다. 우버는 우티에 1억 달러를, 티맵모빌리티엔 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티맵모빌리티에 733억원을 투자했다. 이에따라 SK텔레콤이 티맵모빌리티에 출자한 총액은 2287억원으로 늘었다. 최근엔 사모펀드(PEF)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로부터 4000억원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도 카카오'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다. 1300만 이용자를 확보한 T맵이라는 압도적인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보유하고도 모빌리티 시장에 승기를 뺏긴 SK가 '쩐의 전쟁'에 포문을 열고 반격에 나선 분위기다.

타다를 서비스하는 쏘카·VCNC도 렌터카 기반 '타다 베이직' 사업이 막히면서 가맹택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치한 600억원의 투자금을 토대로 최근 가맹택시 사업 '타다 라이트'의 가맹 범위를 개인택시로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화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1위  굳히기'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내년 IPO를 앞두고 지속적인 적자 구조 개선 필요성을 느꼈을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약 2억달러(약 22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같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우고 내년 중 상장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카카오T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지난해 350억원 적자…IPO 앞두고 수익 구조 개선 나서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7일 공시된 카카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2112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익은 351억원 적자를 냈다. 특히 코로나19로 주력 수익 사업인 대리운전 매출이 축소되면서 수익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투자받은 수천억원대 투자금을 바탕으로 1위 굳히기를 하면서 자본을 확보하고 핀란드에 있는 MaaS 글로벌의 앱 '윔(Whim)'처럼 구독 모델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모빌리티 서비스는 쩐의 전쟁이기 때문에 쩐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년 IPO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은 사업 모델이 단순하기 때문에 매출을 극대화하고 다각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료화 카드가 악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현재 80~90%에 달하는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을 깰 수 없기 때문에 경쟁 업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경쟁 업체 관계자는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갖는 카카오가 이번 가맹택시 수수료 통보를 통해 경쟁사로 기사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라며 "택시 기사 대상 프로 멤버십은 부가 요금제와 서비스를 붙이면서 유료화 수순을 밟은 카카오T대리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투자받은 시점과 맞물려 IPO를 앞두고 매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유료화 움직임을 가져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쨋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두 업계가 비슷한 시기 유료화 전환은 수익을 내면서 플랫폼 시장의 생태계를 확장하고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기업의 1차 목적은 당연히 이유추구에 있다.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비용 등이 수반되고 수익이 창출돼야 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윤창출 외에 더 중요한 핵심가치는 고객과 사회 공동체의 지지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특히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8년 상하이 국제포럼에서 "기업들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주권회의와 택시업계가 이번 조치를 두고 "그간 SK가 추구한 사회적 가치와 동떨어진 모습"이라거나 "1위 사업자의 횡포"라는 비판을 겸허히 귀담아 들어야 한다.

무리하게 눈앞의 수익에 급급하다보면 더 큰 이익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소비자의 반응이 냉소적이고 시장의 반발이 거센 만큼 업계는 신뢰있는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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