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우회 수출에 '철퇴'

(사진=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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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보톡스 업체들이 지난 10여 년간 관행적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채 도매상이나 무역상을 통해 보톡스 제품을 수출해 왔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문제 삼아 품목허가 취소라는 강력 조치를 취할 예정이어서 보톡스 제품이 무더기로 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중조단)은 국내 보톡스 시장점유율 1위인 휴젤을 필두로 파마리서치바이오, 휴온스 등 주요 보톡스 기업이 국가출하승인 없이 보톡스 제품을 수출해 온 혐의를 잡고 검찰과 합동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날 매일경제에 따르면, 식약처 관계자는 "3개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톡스 제품을 해외에 계속 판매해 왔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돼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휴젤은 임원급에 대한 소환 조사까지 이뤄진 상태로, 해당 수사는 식약처 중조단과 서부지검 파견 검사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휴젤은 지난해 12월 휴젤 보톡스 제품을 받아 중국에 수출해 온 한 도매 업체로부터 고발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발장에는 휴젤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톡스 제품을 고발인 등을 포함한 무역상에게 판매했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 측은 식약처와 검찰 조사 진행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휴온스는 올 1월 고발장이 접수됐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도매상이 이들 3사 외에도 주요 보톡스 업체를 상대로 동일한 내용의 고발장을 추가로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보톡스 제품 수출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선 국가출하승인은 백신, 혈액제제 등 의약품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를 사전에 검사하는 절차다. 식약처가 생산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국가출하승인을 낸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의약품을 판매하면 약사법 위반으로 품목허가 취소 대상이 된다. 다만 약사법에 따라 국가출하승인 대상은 국내 판매 제품에 한정돼 있고 수출 품목은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중반부터 대다수 보톡스 업체는 수출용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채 무역상·도매상을 끼고 보톡스를 해외에 판매해 왔다.

그런데 식약처는 보톡스 업체들이 직접 수출한 게 아니라 국내 무역상·도매상에게 1차적으로 보톡스 제품을 판매하면 이들이 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러시아 등으로 물건을 내보냈다는 점에서 약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차 국내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보톡스가 국내 판매용이고 따라서 국가출하승인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식약처는 보톡스 업체들이 수출용이라고 주장하지만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국내에 판매했다는 점에서 품목허가 취소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가장 먼저 고발장이 접수됐던 메디톡스를 상대로 국가출하승인 없이 중국에 보톡스 제품을 수출한 혐의로 조사를 벌여 지난해 말 메디톡신·코어톡스주 등 5개 제품에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조사 대상이 된 보톡스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무역상·도매상을 통해 보톡스를 수출하는 게 업계 관행이었다"며 "수출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까지 하더니 갑자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고발이 들어온 업체만 조사한다는 게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B업체 관계자는 "문제 소지가 있더라도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어느 정도 계도기간을 줘 업체들이 개선점을 찾을 시간을 부여해야 했다"며 "식약처가 국가출하승인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여기에서 자유로울 보톡스 업체는 거의 없다. 업계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검찰에) 고발장이 들어온 업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식약처가 메디톡스에 들이댄 잣대를 다른 업체에도 적용하면 보톡스 제품이 무더기로 품목허가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메디톡스처럼 업체들이 식약처를 대상으로 소송전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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