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2019년 12월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 (사진=오리온)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2019년 12월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 (사진=오리온)

[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오리온그룹에서 유독 고전하는 곳이 있다. 오리온홀딩스의 자회사 '오리온제주용암수'다. 2016년 인수 후 1200억원가량 쏟아부었지만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호언했지만 아직까진 큰 성과 없이 적자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잠정) 오리온홀딩스의 매출액은 2조2810억6000만원으로 전년보다 8.4% 늘고 영업이익은 3090억6200만원으로 1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요 자회사 오리온 (130,500원 상승2000 1.6%)의 매출은 2조2303억5600만원으로 10.2% 늘고 영업이익은 3755억2400만원으로 14.6% 늘면서 2년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반면 오리온홀딩스가 지분 94.56%를 보유한 오리온제주용암수의 지난해 매출은 79억6300만원, 당기순손실은 61억3700만원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2017년 9억7200만원이었던 당기순손실 규모가 2018년 14억4800만원, 2019년 28억500만원, 지난해 61억3700만원으로 늘었다.

오리온홀딩스는 2016년 21억원에 제주용암수를 인수한 뒤 2018년 228억원을 출자했고 2019년 유상증자로 462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4년간 투자 규모는 1200억원에 이르지만 이 기간 누적 113억62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이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 (사진=오리온)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 (사진=오리온)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2019년 11월 개최한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리 물을 사서 팔겠다는 곳이 있다면 지구 어디라도 가겠다”며 “매출 제고를 위해 시장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사업에서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제주도가 계약 위반을 이유로 용암수 취수 금지까지 거론하며 반발한 때문이다.

제주도는 출시 기자간담회 한달여 뒤인 2019년 12월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오리온이 정식 계약 없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염지하수(제주용암수)를 판매한다면 더이상 염지하수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오리온과 (제주용암수 공장 부지 소유주인)제주테크노파크는 용암해수 공급 지침에 따른 어떠한 정식 용수(염지하수) 공급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며 “현재 오리온에 공급되고 있는 염지하수는 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공급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도는 “그동안 공문 등을 통해 공수화 원칙상 염지하수를 국내 판매용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도 오리온은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며 제품 출시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리온은 기자간담회를 연지 8개월여 뒤인 지난해 6월에야 제주용암수를 국내에 출시했다.

제주용암수 판매이익의 20%를 제주도에 환원하고 이 자금으로 제주지역 균형 발전과 노인복지 등에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출시가 허락됐다.

다만, 해외시장 개척에서는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 출시 3개월 전인 지난해 3월 호찌민과 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로 처음 수출했고 6월에는 오리온이 베트남에서 제주용암수 판매를 시작했다.

7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보스토치니항으로 초도물량 47t을 수출했다.

오리온은 지난 1일에는 제품명을 오리온 제주용암수에서 '닥터유 제주용암수'로 바꿨다. 오리온은 건강 브랜드인 닥터유를 활용해 제주용암수의 건강한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컨슈머뉴스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