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김현지 기자] 올해 유독 추웠던 겨울은 강원도의 강물을 꽁꽁 얼렸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각 지역은 두껍게 언 강을 뒤로한 채 여러 겨울축제를 취소했다. 축제가 취소됨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주 수입원이 사라져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축제기간 동안 쓰여야 했을 농ㆍ임산물, 물고기가 그대로 남게 됐다. 특히 행사장으로 진작 옮겨졌어야 할 물고기들은 계속 양어장에 남아있었고, 양식장 주인은 매일 몇십만 원의 사룟값을 부담해야 했다. 물고기를 방생할 경우 지역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주민들에게 나눠준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된다. 각 지역의 횟집, 식당 등에서 파는 방법은 너무나도 많은 양과 식용으로는 인기가 많지 않은 어종이었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 물고기를 그냥 버릴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연초에 물고기를 대량으로 계약해 1년 동안 키워 축제시즌에 맞춰 출하시키는 구조 탓에 양식업주들은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강원도 화천군의 경우 남아도는 산천어 처리를 위해 군수가 나섰다. 산천어 통조림, 밀키드, 피자 등 여러 음식을 개발했고 이를 인터넷방송을 통해 전국에 판매했다. 화천군민들은 축제장이 아닌 산천어 가공장에 모여 공정에 참여해 일손을 보탰다.

화천군의 모범적인 발 빠른 대처는 일부의 모습이다. 매년 송어축제가 열리는 평창군의 경우 송어회 포장 드라이브스루 등 여러 방식을 고안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실현하지 못했다. 송어를 가공해서 판매하기까지는 더욱 여력이 되지 않았다. 송어의 경우 1년 이상 자라게 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에 결국 일부 송어는 퇴비화됐다.

추운 겨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얼음축제에는 이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재작년 겨울, 송어축제장에 방문했을 때 수많은 바늘에 찔리고 얼음에 껍질이 닿아 살갗이 찢긴 송어의 모습을 기억한다. 행사장에 온 사람들은 아이 어른 상관없이 잡은 물고기를 콕콕 찔러보기도 하고 물고기가 문 낚싯바늘을 빼지 못해 발로 차거나 일단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놓기도 했다. 축제 포스터에는 귀여운 물고기 캐릭터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정작 행사장에서는 사람만이 환하게 웃었고 물고기는 고통속에서 죽어가는 모습뿐이었다. 행사 종료 시각이 다가옴에 따라 해가 저물면서 생기는 붉은 노을처럼 새하얗던 얼음바닥도 물고기들의 피로 빨갛게 물들어갔다.

한 번의 재미 혹은 체험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생명은 아무 이유 없이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렸다. '지역경제를 위해', '다른 유명한 특산물이 없기 때문에'라는 말로 계속 진행돼야 하는 축제일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모든 생명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지금, 물고기를 활용한 축제가 과연 옳을지에 대한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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