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웨딩펀딩'… 과연 통할 것인가

[컨슈머뉴스=김은경 기자] 삼성전자가 전혀 새로운 방식의 펀딩 캠페인을 시작했다. ‘비스포크 웨딩펀딩’이다.

가을 결혼 성수기를 앞둔 9월 1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하는 이 펀딩은 삼성전자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무료로 모바일 청첩장을 제공하고, 이 청첩장에 예비부부가 갖고 싶은 신혼가전 리스트를 올리면 이 제품의 가격만큼 하객들이 펀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펀딩금은 200만원 이하로 송금이 가능하며, 이렇게 펀딩에 참여해 모인 금액은 다음날 신랑과 신부의 카카오페이 지갑으로 송금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웨딩펀딩에 대해 “결혼을 축하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며 “요즘 신혼부부다운 다채로운 취향과 합리적인 실용성을 추구하는 웨딩 트렌드를 반영해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경조사에 있어서 부조(扶助)는 큰 일이 있을 때 마음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최근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경조사에 참석한 직장인이 전체의 88.7%에 달하고 그 빈도도 평균 5회에 달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축의금과 조의금이 얼마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그냥 아는 사이는 3만원, 잘 알고 지낸 사이는 5만원, 아주 잘 알고 친하면 10만원’이라든지 ‘왜 7만원 지폐는 없나’라는 등 웃음 섞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사실 부담스러운 일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긴 터널을 지나며 부조금 문화는 참석 대신 계좌이체만으로도 가능한 시대가 됐다. 모바일로 전해지는 청첩장과 부고장에는 언젠가부터 너무나 당당히 ‘마음을 표현하는 곳’이라며 계좌번호를 기재한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계좌번호를 같이 기재한다는 것은 상당히 버릇없고 불쾌한 일이었음에도 말이다.

이제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청첩장 자체에서 예비부부가 받고 싶은 선물을 직접 올리고 하객들이돈을 보내도록 만들었다. 처음 이를 접한 기자에게 든 생각은 ‘말이 펀딩이지 이거 사달라는 건가’라는 불쾌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만일 이런 청첩장을 받는다면, 결혼하니까 선물을 달라는 강요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솔직하고 거리낌없다는 요즘 세대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느낄 것도 같다. 삼성전자의 웨딩펀딩은 이렇게 탄생했을 것이라는 짐작도 됐다. 불쾌감과 합리성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했을 것이고, 삼성은 변화를 선택했다.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라기 보다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자연스럽게 먼저 시도하면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변화’가 완성될 것이라고 결론을 짓고 출시했을 것이다.

결혼을 하는 사람보다는 청첩장을 받는 사람이 훨씬 많다. 비스포크 가전제품이 갖고 싶으니 돈을 보내시라는 이 청첩장에 대해 하객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삼성은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 불쾌감을 만들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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