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김병조 편집국장] 1991SBS가 개국했을 때 SBS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SBS에서는 고스톱 중계방송을 하면 대박 터트릴 거다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당시 방송심의규정 상 당연히 고스톱 치는 장면을 중계방송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상업방송이니 철저히 상업적인 방송이 돼야 한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이 말은 민영방송의 반대 개념인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다워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은 KBSMBC, 그리고 EBS 3개다. 그 가운데 TV 수신료를 별도로 받는 방송이 KBSEBS. KBS 수신료에 EBS 수신료가 포함되어 있다. MBC는 소유 및 운영 주체가 방송문화진흥회여서 공영방송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기에 사실상의 상업방송의 형태를 띠고 있다. SBS는 공영방송의 성격이 가미된 민영방송이다.

그렇게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KBS1EBS가 사실상의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 EBS는 논외로 하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있는지 한 번 따져보자. 수신료를 받아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수신료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으려면 방송 내용에 공익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또 상업방송에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프로그램도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KBS가 수신료의 가치를 충분히 살리고 있는가? 직업상 방송을 많이 시청하고 있고, 특히 오랜 기간 방송기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필자의 뇌리에 각인된 KBS땡전 뉴스’, ‘대하 역사드라마’, ‘이산가족 찾기’,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등이다. ‘땡전 뉴스를 빼면 과거의 KBS는 그래도 공영방송다웠다.

저녁 9시 뉴스가 시작되면(땡 하면) ‘전두환 대통령은~어쩌구 저쩌구로 뉴스를 시작한다고 땡전 뉴스라고 하는데, 그래서 80년대에는 뉴스는 무조건 MBC 뉴스만 봤다. 그러나 지금은 필자의 경우 MBC는 뉴스뿐만 아니라 채널 자체를 보지 않는다. 뉴스의 편향성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도 보지 않게 됐다. KBS 9시 뉴스는 보고는 있지만, 이제는 땡좌 뉴스가 되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권력에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방송으로 변질되었다는 뜻이다.

그나마 대하 역사드라마이산가족 찾기방송 등이 KBS가 수신료의 가치를 높여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은 그런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이 힘들 때 정신적 위안을 주었던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등은 이제 다른 방송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콘텐츠이니 수신료의 가치라고 할 수는 없다.

종합적으로 볼 때, KBS가 다른 방송에 비하면 공익성을 중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해 월등히 수신료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가 <컨슈머뉴스>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잘 나타나 있다. ‘분리징수 후에도 KBS 수신료를 납부하겠느냐는 질문에 납부하겠다는 응답자가 27.8%에 불과하다는 것은 KBS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대변한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특히 0.1초만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에는 콘텐츠 공급자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으면 순간에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KBS도 예외 없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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