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감리, 시공까지 총체적 부실… ‘순살 자이’ 오명
공사비 부담으로 재시공 발표 하루만에 주가 16% 급락

[컨슈머뉴스=김은경 기자] 지난 4월 29일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일어난 검단신도시 아파트에 대해 시공사인 GS건설이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다.

사고의 원인이 설계부터 품질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GS건설은 단지 전체의 전면 재시공은 물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고 향후 설계관리를 강화해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절반 이상 기둥에 철근 빠져… 콘크리트 강도도 낮아

 

사고의 원인으로는 전체 건물의 하중을 견디는 전단보강근에 필요한 철근이 설계단계부터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크게 지적되고 있다.

검단 아파트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로 설계돼 지하주차장에 32개 기둥 전체에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철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설계부터 17개의 기둥에만 철근이 적용됐고, 시공단계에서 그나마도 추가로 철근이 빠졌다. 결과적으로 철근이 보강되어야 하는 32개 기둥 중에서 최소 19개의 기둥에 철근이 빠진 것이다.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사고부위의 콘크리트 강도도 설계기준강도에 크게 못 미쳤다.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기준강도의 85% 이상이어야 하는데 시험 결과 24MPa 기준 수치보다 30% 낮은 16.9MPa로 확인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철근이 빠진 기둥에 약한 콘크리트로 지어진 지하주차장 위로 조경공사에 필요한 토사가 설계안인 1.1m 높이의 두 배에 육박하는 2.1m의 토사가 쌓이며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감리’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철근 누락을 지목하고 현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 건축물에 포함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콘크리트 양생시 품질개선을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설계 도면을 확인 및 승인하고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 감독해야 할 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둥 전체에 있어야 할 철근이 설계 때부터 32개가 아닌 17개에만 적용됐고, 시공과정에서 이 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리 단계에서 전혀 발견하지 못한 탓이다.

이 아파트의 설계는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공동수급체가, 감리는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 공동수급체가 맡았다.

그러나 건설현장 자체는 시공사가 자체 시공 노하우를 설계에 반영해 책임지고 시공하는 시공책임형 CM(건설사업관리) 방식이 적용됐다. 또한 설계서의 검토 및 제안과 대안 제시 등은 발주처인 LH와 GS건설이 공동으로 관여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사고와 관련한 총체적인 책임에서 발주처와 시공사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 책임공방에 대한 향후 결론도 주목되고 있다.

 

재시공에 필요한 금액이 1조원? 주가 ‘급락’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 재시공을 천명한 GS건설에서 부담해야 할 공사금액도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건설사 주가도 연일 하락하고 있다.

검단신도시 단지는 총 17개동에 1,666가구가 들어서는 대단지 아파트로 2010년 GS건설이 LH로부터 2,773억원에 수주했다. 공사비 자체는 1,600억원 규모다. 오는 10월 완공을 앞두고 공정률이 60%에 달하는 상태였다.

이미 투입된 공사비에 철거비용도 상당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재시공에 들어가는 공사비가 원안보다 최소 1.5배 이상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입주가 지연되면서 이미 납부한 입주금에 대한 연체이자만도 월 15억8,000만원, 한 해 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철거와 재시공까지는 최소 4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GS건설이 재시공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최종적으로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실제 총 비용이 1조원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해도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590억원이었던 GS건설 측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크게 보도되면서 뼈 없는 치킨에 비유해 ‘순살 자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상태인 만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5일 GS건설의 주가는 4% 이상 하락했으며 6일 오전 현재까지 16% 이상 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토부가 GS건설의 전국 83개 현장에 대한 확인 점검을 전체적으로 추진하고 8월 중순 처분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붕괴에 따른 책임공방에 이어 그 후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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