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천일염
국내산 천일염

[컨슈머뉴스=김병조 기자] “형님, 바쁭께 저녁에나 통화합시다요.”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에서 천일염 염전을 운영하는 지인의 전화기 목소리다. 이맘때면 소금농사 짓느라 바쁜 줄 알면서 낮에 전화한 것이 미안했다. 특히 요즘 소금값이 금값이라고 하니 더 바쁠 텐데 말이다.

저녁에 전화가 왔다. 의례적인 안부 인사를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로 소금 때문에 난린데, 많이 바쁘지? 현지에서는 소금값이 얼마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나?”

“한 3만원까지는 가지 않겠어라.”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전남 신의군 신의면 신의도에서 염전을 하고 있는 현지 주민은 그렇게 전망하고 있었다. 천일염 산지 가격은 20kg 1포대에 작년에 19,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올해 4월경에는 14,000원까지 떨어졌다가 5월에 비가 자주 오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지금은 24,000원 정도 한다는 것이었다.

5월부터 천일염 가격이 오른 이유는 천일염 생산 시기인 봄과 여름에 비가 자주 온다는 예보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이유에다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이슈가 겹쳐 사재기 가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러니 천일염 생산자들도 김장철 이전에는 물량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 지인의 전갈이다. 그러니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겠다.

그런데, 지인이 나에게 묻는다.

“형님이 보시기엔 어떻게 될 것 같소?”

묵은 소금이 수천 포대 있는데 이걸 언제 팔아야 할지 노심초사하는 느낌이 전화기를 통해 전달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천일염 가격이 급등했다가 급락한 경험을 한 소금쟁이의 걱정도 적지 않은 느낌이다. 내가 해준 말이 있지만 차마 공개하긴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가수요가 시장 가격을 왜곡시키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태풍은 순간적으로는 무서운 존재지만 그 두려움이 오래가진 않는다는 속성이 있다.

유해 여부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돈을 벌어 보겠다는 세력이 존재하고, 그들 때문에 소금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평소처럼 담담히 대하는 자세가 현명하지 않나 싶지만, 올해 김장철까지 소금 품귀 현상이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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