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김상겸 교수] 지난10월 12일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이 발표되었다. 당초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 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다행히 4만5천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두 달 동안의 충격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는 모습이지만, 고용쇼크 상황이 개선되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경제규모를 생각할 때, 월 4만5천명의 취업자 증가는 별 의미가 없는 숫자이다. 주무 관청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사실 지난 달 취업자 수의 증가는 9월의 추석효과(seasonal effect)에 기인한 바가 크다. 다음 달 고용동향 통계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이번에 나타난 개선양상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추석이 10월, 11월, 12월 매달 한 번씩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용쇼크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전망은, 관련한 제반 징후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9월 의 취업자 증가폭이 4만5천명이라고는 하지만, 정부 고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로 보는 것이 옳다. 취업자 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업종인 ‘보건·복지 서비스업’의 경우 13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 업종에는 정부재정이 주로 투입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결국 9월의 취업자 증가 수는 세금을 투입해 만들어낸 착시효과일뿐, 고용쇼크 현상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라 할 것이다.

현재의 고용상황이 심각하다고 여겨지는 보다 근 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전년 동월대비 10만명 이상 감소한 바 있다. 9월에는 취업자 수 감소가 4만2천 명으로 줄었지만, 이는 추석수요에 대비한 제조업체 들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조선, 중 공업 등 주력산업의 부진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당분간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은, 현재의 고용쇼크에 대한 정부의 상황인식이라 할 것이다. 명백히 악화되고 있는 고용상태를 두고도 ‘좋아지고 있다’거나 ‘개선되는 과정’이라 변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용동향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큰 폭의 고용감소가 발생한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 그리고 사업시설 관리업종은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들이다.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대체로 교육 및 소득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경제적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업종에서, 9월 한 달에만 무려 30만명 이상의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실패에도 불구하고 ‘양적·질적 고용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 자랑하는 정부의 모습에 절망감마저 든다.

일자리 예산이 이렇듯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고용 쇼크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해석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모순된 정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란 대개 민간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기업은 본디 이익창출을 위한 조직체인데, 이익을 위해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 요소를 투입하며 이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일자리 가 창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용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제조업의 저성장 기조가 본격화됨에 따라, 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업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급진적인 정책들을 마구잡이로 도입해,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고용을 감당해야 할 신산업 육성에도 인색한 자세를 견지해왔다.

현 정부의 경제운용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은 그 의도와는 달리, 경제적 취약계층의 일자리부터 급격히 축소시키고 있다. 가장 절실한 사람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쉽게 학업성과를 이루려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말이겠지 만,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져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사실 ‘기본부터 차근차근’이란,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거의 모든 일에 들어맞는 말일 것이다. 경제도 예외는 아니며 고용 문제 역시 그럴 것이다. 잔재주 부리지 말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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