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분석…5년간 37% 늘어 작년 총 가계부채 3000조원 육박

가처분소득 대비 총 가계부채 비율도 OECD 1위…3배이상 커져

“양질 일자리 창출 소득 늘리고 자산시장 안정으로 대출수요 억제​”

[컨슈머뉴스=이태림 기자] 기존 가계부채 국제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전세보증금을 고려할 경우, 작년 국내 가계부채는 3000조원에 육박하며, OECD 국가 중 한국의 경제규모(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3월 6일 내놓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문제점으로 ①최근 5년간(2017~2022년) 부채 규모가 급증했고, ②GDP 대비 가계부채 및 ③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④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을 꼽았다. 한경연은 가계부채 부실화를 막기 위해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의 금융방어력 확충, 부동산 등 자산시장 안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①가계부채 총량] 최근 5년간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는 700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의 추정 결과, 전세보증금은 2017년 말 771조원에서 2022년 말 현재 1058조원으로 5년 만에 287조원(37.3%) 증가했다. 여기에 금융기관 대출 등을 합하면, 총 가계부채는 동기간 2221조5000억원에서 2925조3000억원으로 703조8000억원(31.7%) 늘어났다. 한경연은 특히 2020년∼2021년 중 임대차 3법 시행 등에 따른 전세금 급등, 코로나19로 인한 생계비 등 대출증가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②GDP 대비 가계부채] 2021년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00%를 넘는 수준(105.8%)으로 통계확보가 가능한 OECD 31개국 중 4위이다. 전세보증금을 가계부채에 포함할 경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기준 156.8%로 높아져 스위스(131.6%)를 제치고 OECD 31개국 중 1위로 올라간다. 주요 선진국(G5)인 영국(86.9%), 미국(76.9%), 일본(67.8%), 프랑스(66.8%), 독일(56.8%)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미만이다. 가계부채 통계(한국은행)는 ①가계신용(일반가계 대상), ②자금순환통계 상의 금융부채(일반가계+소규모 개인사업자+비영리단체 대상)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국제비교를 위해 BIS 방식인 자금순환통계 기준(②번)을 사용했다.

[③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우리나라 가계들은 대출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높아 상환여력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현재 한국의 가처분소득(소득에서 세금, 사회보장부담금 등 제외)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5%로 통계확보가 가능한 OECD 34개국 중 6위로 상위권이다.

전세보증금을 가계부채에 포함할 경우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03.7%로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 보다 3배 이상 커져 OECD 34개국 중 1위로 올라간다. 주요 선진국(G5)인 영국(148.4%), 프랑스(124.3%), 일본(115.4%), 독일(101.5%), 미국(101.2%)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150% 수준이다.

[④변동금리 대출 비중] 국내 가계대출은 비교시점인 2017년에 비해 2022년 현재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 2017년 말 66.8%를 차지했던 변동금리 대출은 2022년 12월 기준 76.4%로 9.6%p 늘었다. 신규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동기간 중 64.3%에서 75.3%로 11%p 증가했다.

한경연은 현재 정책당국이 DSR(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 Debt Service Ratio) 규제 강화 등 자금공급 억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대출 수요를 줄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2022년 DSR 규제가 확대되자,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고금리 대출이 크게 늘었다. 카드대출 상품 중 DSR 규제 대상인 카드론 증가율은 전년대비 2.3%에 그쳤지만, 규제권 밖에 있는 리볼빙과 현금서비스는 각각 19.7%, 4.3% 증가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 고금리로 인한 상환부담 가중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는 있으나, 부채의 절대규모가 상당하고 높은 변동금리 비중 등 질적 수준도 취약하다”면서 “가계부채는 언제든지 우리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추 실장은 “자산시장 연착륙으로 대출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규제개혁ㆍ세제개선 등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의 증진과 금융방어력 확충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컨슈머뉴스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