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 정규직 전환 명단엔 '감사실 간부의 처남·여동생'

[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공기업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임직원의 친·인척을 채용한 사례가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다수 발견됐다. 공기업 임직원들은 새로 늘어나는 정규직 자리에 자신의 자녀와 형제·자매, 4촌은 물론 어머니까지 넣었다. 일부 공사에선 노조원의 아들과 형제·자매를 해당 노조원과 같은 직종에 채용해 '고용 승계'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가스공사 직원 배우자, 부모 등 친·인척 25명 정규직 전환

한국가스공사가 21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8월 용역·파견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1245명 중 파견 근로자 70명, 용역 근로자 1133명 등 1203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확정했다. 이 가운데 25명이 가스공사 임직원 24명의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사촌 등 4촌 이내 친·인척이었다.

채용 비리를 감시해야 할 감사실 고위 간부 A씨의 처남과 여동생이 나란히 정규직 전환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스공사 통영기지본부에선 직원 3명의 어머니 3명이 같은 용역 회사에 소속돼 있다가 나란히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확정됐다. 평택기지본부에선 임직원의 자식 2명과 동생, 조카 등이 정규직 대상자가 됐다.

◇대전도시공사는 노조원 6명의 아들·형제 같은 직종에 채용

대전도시공사에서는 노조원의 친·인척이 해당 노조원과 같은 직종에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후 입사한 사람 중 총 7명이 공사 노조원의 자녀 또는 형제·자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6명은 노조원과 직종도 같았다. 환경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노조원 이모씨의 아들이 지난해 6월 아버지와 같은 환경사원으로 입사했다. 또 다른 환경사원 심모씨와 최모씨의 아들도 같은 방식으로 같은 직종에 들어갔다.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오월드'에도 직원 이모씨 아들과 서모씨의 형제가 같은 직종에 입사했다. 대전도시공사 측은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한 이들"이라고 했지만 이 의원은 "정규직 전환을 노린 비정상적인 고용 세습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전 자회사도 임직원 친·인척 채용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에 따르면 한전 자회사인 한전KPS는 2014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임직원의 자녀 35명, 형제·자매 5명 등 40명의 친·인척을 채용했다. 또 한전의료재단인 한일병원과 한국세라믹기술원에서도 지난해 이후 임직원의 자녀와 배우자 등 3명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일병원 임직원의 자녀 2명이 4급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세라믹기술원에서는 책임 연구원의 아내가 책임 기술원으로 고용됐다.

◇인천공항공사는 협력업체 정규직 전환 앞두고 내부 잡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다녀간 후 협력업체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인천공항공사에서는 협력업체 내부에서 채용 관련 잡음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 감사관실은 협력업체 C사 P계장이 '어머니가 C사 인사 담당자와 친분이 있어 면접도 보지 않고 채용됐다'고 자랑하고 다녔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그 결과 P계장과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S씨 등 2명은 자신의 어머니들과 함께 지난해 C사 인사 담당자와 식사 모임을 가졌고, 이후 P계장과 S씨가 C사에 채용됐다. 정규직 전환 발표 이후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박 의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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