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산공원 개장식 윤과 만나…"뜨거운 취재열기 처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컨슈머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컨슈머뉴스)

옛 중정 자리 '서울광장 2배' 공원…이회영기념관도 개관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서울시 행사에 이렇게 취재 열기가 뜨거운 적은 처음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환영하구요. 앞으로 자주 모셔야 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 예장공원 개장식을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행사 시작 전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서울시는 남산의 자연경관을 가리고 있던 옛 '중앙정보부 6국'(서울시청 남산별관) 건물과 TBS교통방송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약 7000평(1만3036㎡) 규모의 녹지공원을 조성했다.

서울광장의 약 2배 면적으로 공원 하부에는 남산 일대를 달리는 친환경 '녹색순환버스'가 정차하는 정차하는 환승센터와 40면 규모의 관광버스 주차장이 생겼다.

남산 예장자락은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예장)과 녹천정, 주자소 등이 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 침략의 교두보인 통감부와 통감관저가 설치되고 일본인 거주지가 조성되면서 훼손됐다. 1961년 이후에는 중앙정보부 건물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립된 장소가 됐다.

공원 하부 지하공간에는 '이회영기념관'도 개관한다. 온 집안이 전 재산을 들여 독립운동에 나섰던 우당 이회영과 6형제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개관을 기념해 100년 전 우리 독립군의 봉오동‧청산리 대첩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체코군단의 무기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특별전이 열린다.

이로써 오 시장이 재임 당시인 2009년 시작한 '남산 르네상스' 사업이 12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오 시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2009년 남산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남산르네상스'가 완성되는 예장자락에서 개장식을 열게돼 감회가 무척 새롭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남산은 자연경관 요소와 조선시대 이후 다양한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자연·역사·관광자원"이라며 "남산의 생태환경과 역사성을 회복하고 시민과 소통을 통해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남산 자락 문화를 창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장식에는 오 시장이 '이회영기념관'에 유물을 기증한 후손을 대표해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에게 '기부증서'를 수여한다.

오 시장은 구스타브 슬라메취카 주한 체코대사로부터 개관기념전에 전시될 체코군단의 무기(총)도 전달받았다.

봉오동‧청산리 전투 때 쓰인 것과 같은 종류의 무기로, 서울시가 체코군단공동체로부터 무상으로 대여받아 전시하게 된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도 이날 개관식에 참석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4일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후 4월2일 재·보궐선거 투표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첫 공개 행보다. 

이날 개관식에는 이회영 후손인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과 이종걸 상임의장도 참석한다. 윤 전 총장은 이종찬 위원장의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의 인연으로 이날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에 문을 연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컨슈머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에 문을 연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컨슈머뉴스)

한편,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정계진출 시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걸 제가 다 경청하고 다 알고 있다”며 “좀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우당 기념관은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서울시가 주관한 이날 개관식은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퇴임한 후 처음 참석한 공식행사다. 그만큼 수많은 취재진과 유튜버가 몰렸고, 윤 전 총장 지지 단체인 ‘열지대’ 회원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윤 전 총장의 이름 중 ‘열’ 자를 따온 열지대는 지난달 만들어진 윤 전 총장 팬클럽이다.

다만 이날 대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전망과 달리 윤 전 총장은 쏟아진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오늘 처음으로 제가 (공식행사에) 나타났는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아시게 되지 않겠나 싶다”고만 답했다. 대선 출마 선언 시점에 대한 질문이나 장모·부인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 등엔 답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당 선생과 가족의 삶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생하게 실현했다”며 “한 나라가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 오늘 우당 선생의 기념관 개관은 아주 뜻깊고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 들어간 윤 전 총장은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이 교수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다. 이후 이 교수의 아버지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도착하자 이 교수가 자리를 양보했다. 윤 전 총장이 착석한 뒤 열지대 회원들이 한동안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파이팅” 등을 외치다가 주최 측으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퇴임 후 잠행을 이어오며 ‘공부’에 매진했던 윤 전 총장은 최근 들어 국민의힘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고, 현충일 전날인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호국·보훈 행보를 연이어 공개하면서 정계진출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이 언론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도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날 윤 전 총장은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려 했으나 유튜버 등 인파가 몰리면서 별도 입장 표명 없이 자리를 떴다. 대신 이 교수가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 다니고 하면서 집안 내력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며 “오늘 개관식이 있다고 하니까 자기가 와보고 싶다고 해서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조만간 공보 등의 역할을 할 참모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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