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지수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원자재 ‘수퍼 사이클’에 인플레 조짐
국내 제조업체 원가 인상에 작용 중

[컨슈머뉴스=박기열 기자] 요즘 전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압력’의 근원은 에너지·금속·농산물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의 거침없는 상승세다.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 지수인 ‘S&P GSCI’는 올해 30% 가까이 상승해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상승률(12%)을 2배 넘게 웃돌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신종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진 데다 이상 기온에 따른 작황 부진, 주요 광산(鑛山) 파업 등이 더해진 영향이 크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10년 만의 원자재 ‘수퍼 사이클(supercycle·장기적 가격 상승)’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가운데 정부는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이 일부 공산품의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정책점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에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차관은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과 친환경 전환 등으로 원유와 철강, 구리 등 원자재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상회하고 있다”면서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내구재 등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장 원자잿값 상승은 국내 제조업체들에는 원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원가 인상분을 가격에 바로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제품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상황에 맞게 비축물자 운영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차관은 “전 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보유한 비축물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할인·외상 방출을 통해 기업의 구매 부담을 완화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우리 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수출입물류 지원 추진현황 및 후속 조치도 논의했다. 이 차관은 “폭발적인 수출 증가세에 대응하고자 미주와 유럽 항로 등에 선박 공급을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에 수출 바우처 물류비 지원 한도를 2배로 상향하는 등 운임 지원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산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원자재 지표인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S&P GSCI)는 5월 9일(현지 시각) 526.28을 기록한 이후 여전히 500대에 머물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해 1월(443.35)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2014년 11월 640 수준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가격 영향력이 가장 큰 원유(두바이유 기준)의 경우 배럴당 70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 초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낸 고유가 시나리오(65.69달러)보다 높은 가격이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올해 하반기에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친환경 기술의 핵심 원자재인 구리는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1t당 1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10년 만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저탄소 경제’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신재생 에너지 설비·전기차 등에 쓰이는 구리·알루미늄·리튬·팔라듐 등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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