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진=컨슈머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진=컨슈머뉴스)

“거품 꺼지면 미 시스템 전반 위기”
코로나 탓에 막대한 돈 풀리며
1년간 채권 주식 부동산 모두 상승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증시를 비롯한 자산 시장이 과열돼 있어 폭락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직설적이고 강한 경고다. 연준은 6일(현지 시각) 발표한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몇몇 자산의 가격이 역사적인 정상치를 벗어난 높은 수준으로 상승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연준은 “부풀었던 자산 가격이 꺼지면서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지난 1년간 주식·채권·부동산 가격이 모두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위험 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최근의 시장 기조가 증시·채권·부동산 등의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만약 이런 기조가 반전돼 자산 가격이 갑자기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의 이날 보고서는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과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땐 시장 충격이 미국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로 연쇄 파급됐었다.

연준의 이날 경고는 주요국 백신 접종으로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증시가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1년 미국 증시(S&P500 지수 기준)는 45%, 한국 코스피는 66% 올랐고 미국 우량주를 모은 다우평균은 올해 들어서만 사상 최고치를 23번 경신했다. 넘치는 돈은 가상 자산으로까지 흘러들어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가격까지 폭등시키고 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 터널을 벗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크지만, 이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기존 예상보다 빨리 올린다면 잔뜩 ‘거품’이 낀 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준 분석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 주식 시장의 가치는 22.0%가 불어나 1997~2020년 평균(9.2%)을 크게 앞질렀다. 회사채 또한 신용등급 여부를 불문하고 크게 올랐고, 주거용 부동산 시장 증가율도 7.4%로 과거 평균(5.7%)보다 훨씬 높았다. 연준은 자산 가격의 상승이 초저금리가 초래한 위험 자산 투자 선호 심리 및 과도한 부채에서 비롯했다고 분석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금융안정 담당 연준 이사는 이날 “헤지펀드 등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가 가진 잠재적 위험은 ‘아케고스의 몰락’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가(街)의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은 노무라, 크레디스위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으로 주식 투자를 하다가 지난 3월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고, 투자은행 등 금융계가 입은 손실은 100억달러(약 11조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이너드는 제2의 ‘아케고스 사태’가 발생해 금융계 전반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자산 가격에 낀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연준은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미국 경제나 자산시장 과열이 우려되면 이보다 앞서 금리 인상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6.4%(연 환산 기준) 반등했고, 5월 첫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코로나 이후 최저치(49만8000건)로 하락하며 고용 시장의 회복을 드러냈다. 지난 6일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더 미루지 말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과 자산 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도 경제성장률이 회복되는 중이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인상 논의는 시기상조”(4월 금통위 의사록)라는 의견이 여전히 대세다. 그러나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인상할 경우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한국도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사상 최고치로 올라 있는 증시는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1994·1999·2004년)엔 미국(평균 -9.7%)보다 신흥국(-10.2%), 그중에서도 한국의 증시(-19.3%)가 더 큰 폭으로 하락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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