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공공기관 부채 비중의 국가 간 비교 부적절" '반박'

황순주 KDI 연구위원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황순주 KDI 연구위원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컨슈머뉴스=박기열 기자] 우리나라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가 추정치가 존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정부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 사실상 정부 부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국가별로 공공기관의 범위 등이 달라 국가 간 공기업 부채 규모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고, 공공기관은 안정적 부채비율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을 통해 "우리나라 공기업의 상당수가 펀더멘털이 약하면서 부채만 많다"며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어 사실상 정부 부채와 크게 다를바 없는 반면, 정부 부채와는 달리 관리와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기업 부채 규모는 비금융, 금융 공기업 모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우선 우리나라의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2017년 기준 GDP의 23.5%를 기록해 OECD 33개 국 중 가장 많고 33개국 평균(12.8%)에도 크게 상회했다. 공공부문 전체의 부채가 극단적으로 많기로 유명한 일본(17.2%)과의 격차도 크다.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다. KDI 연구진이 IMF 등 자료를 통해 금융 공기업을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의 금융공기업 부채는 GDP의 62.7%나 차지해 OCED 국개 대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부채 규모가 아니다. 부채를 떠앉을 '자격'이 없음에도 큰 부채를 지고 있는게 문제다. KDI는 "우리나라 공기업은 건전성이나 수익성 등 자체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거의 항상 최상의 신용도를 인정받고 있다"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나 부실 자회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을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공기업은 Aa2라는 높은 국제신용등급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Aa2 등급은 우리나라 국채와 동일한 신용등급으로 미국 국채에 버금갈 정도의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KDI는 정부가 '암묵적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공기업 관련법에서 정부가 유사시 결손을 보전하고 51%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기업은 자신의 수준에 걸맞지 않은 부채를 짊어지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구조는 결과적으로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게 KDI의 지적이다. KDI는 "유사시 정부의 구제금융이 거의 확실하면 공기업은 재무건전성이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다"며 "이와는 달리 민간기업은 조달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펀더멘털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지적했다.

KDI는 채권-채무자의 의무를 좀 더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공기업이 암묵적으로 국가 보증을 받는 만큼 공식적으로 보증채무에 포함시키고 관련 사업을 국회 심사 등을 통해 양성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기업이 무너질 경우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은행과 닮았기 때문에 은행과 유사한 자본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도 단순 정부의 암묵적인 보증만 믿는 게 아닌 일부 손실에 부담하는 배일인(bail-in) 방식의 공사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무리한 정책사업이 할당되더라도 국회의 국가보증 심사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을 확충하고 공기업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합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최악의 경우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므로 국민과 정부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기업 부채 규모가 OECD 국가에 비해 높다는 지적에 대해 공공기관의 범위, 회계 처리 기준 등의 차이로 단순 비교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재부는 이날 낸 보도 설명자료에서 "GDP 대비 공공기관 부채 비중은 국민 경제에서 공공기관 기능이 클수록 높게 나타난다"며 "재무건전성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는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한국은 에너지, 철도, 의료 등 국민 생활 밀접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주요국보다 광범위한 영역을 공공기관이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KDI의 이런 주장에 대해 기재부는 나라별로 공공기관의 범위, 회계처리 기준 등에 차이가 있어 GDP 대비 공공기관 부채 비중의 국가 간 비교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국민 경제에서 공공기관의 기능이 클수록 공공기관 부채의 규모가 크게 나타나는데, 한국의 경우 철도, 의료 등 좀 더 광범위한 영역을 공공기관이 담당하고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 부채의 경우 대부분 상응하는 자산과 자본이 있고, 150% 수준의 안정적 부채비율 등을 통해 정부가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미 공공기관의 부채를 관리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부채감축실적 등을 매년 기관별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성과급 등과 연계하는 등 책임경영이 제도화돼 있고, 재무성과와 감사원 결산 검사를 매년 공개해 국회 등의 외부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회 통제 없이 손쉽게 정책사업을 공기업에 요구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투자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고, 주요 공공기관의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공기업 부채를 국가보증채무에 넣어서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에 대해서는 공기업 부채를 국가가 보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별개로 관리하는 것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우해영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공기업 부채를 국가가 보증채무로 끌어안으면 공공기관이 국가 의존성을 높이면서 사업 규모를 마구 늘리거나 무분별한 채권 발행 등의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공공기관 부채는 별도로 관리해주고 부채 총량이 아니라 기업성 등 다양한 부분을 동시에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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