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보관소 운영도 대안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구에 택배물품을 내린 후 아파트 단지 앞 배송 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택배노조)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구에 택배물품을 내린 후 아파트 단지 앞 배송 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택배노조)

[컨슈머뉴스=박기열 기자] 1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서울 A아파트 입주민과 택배 노조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택배 대란은 차 없는 아파트를 표방하는 ‘공원형 아파트’ 단지에서 주로 일어난다. 이런 단지는 소방차와 이삿짐 차량 등 필수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을 지하 주차장을 통해 출입하도록 요구한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 차량이 단지로 진입할 수 없는 아파트 단지는 400곳이 넘는다.

문제는 지하 주차장의 높이다. 일반적인 택배 차량의 높이는 2,5~2.7m인데, A아파트와 같은 공원형 아파트 지하 주차장 높이는 2.3m에 불과하다.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하기 위해선 150만원을 들여 일반 차량을 차고가 낮은 저탑 차량으로 개조해야 한다. 저탑 차량은 높이가 낮은 탓에 노동 강도와 시간이 늘어난다. 택배노조 민준기 롯데강동지회장은 “저탑 차량에서 허리를 굽히고 일하다 보면 고관절에 무리가 가고, 무릎에 굳은살이 박힌다”고 했다.

정부는 2019년 1월 ‘공원형’ 아파트 지하 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만들라며 법을 개정했지만, 그보다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에선 택배 배송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편, A아파트와 같은 갈등을 겪다가 합의를 통해 대안을 제시한 사례가 실제 있다.

세종시 보람동 호려울마을 10단지도 A아파트와 같은 공원형 아파트다. 이 단지는 입주가 시작된 2016년 초부터 택배 기사와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 없이도 문제없이 택배를 배송하고, 배송 받는다.

해결책은 단지 입구에 놓인 ‘전동 카트’ 2대였다. 택배 기사들은 단지에 진입하지 않고도 전동 카트를 통해 집집마다 물품을 배송할 수 있다. 입주민들은 1대당 1000만원이 넘는 전동 카트를 적립금으로 구입하고, 1년에 200만~300만원 정도 드는 카트 충전·바퀴 수리비, 50만원의 자동차 보험료 등을 지속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택배보관소를 마련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한 단지도 있다.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B아파트에서는 지난 2014년 후문 근처에서 입주민의 아이가 택배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B아파트는 정문과 후문을 두고 있는데, 지상 도로와 주차장이 마련된 정문과 달리 후문은 지하 주차장으로 바로 연결된다. 후문에서 지상으로 가려면 인도로 올라서야만 한다.

당시 입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택배 차량의 후문을 통한 지상 진입을 금지했다. 택배 기사들이 이에 반발하자 관리사무소에서 낸 묘안이 ‘택배 보관소’였다. B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지난 2015년 후문 옆 커뮤니티 시설에 택배보관소를 설치했다”며 “처음에는 불편하다고 하는 입주민들이 더러 있었으나, 이제는 입주민과 택배 기사 다들 적응해 얼굴 붉힐 일 없이 지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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