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송진하 기자]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 ‘직접중개’ 시장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자 공인중개사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로 중개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다. 

이에 당장 직방 플랫폼을 써야하는 공인중개사들로서는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진 못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민원을 접수하고 있으나 협회로서도 마땅한 해법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공인중개사들끼리의 암묵적인 담합에서 벗어나 경쟁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14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이날 “회원들의 불만이 많아 관련 대책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현행법상 플랫폼의 직접중개가 불법은 아니다”며 “공인중개사들이 직방 사용을 전면 거부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해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직방 측은 "직접거래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럼에도 이 같은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언제든 중개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뉘앙스를 진하게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직방은 2019년 상업용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슈가힐을 인수해 '네모인'이라는 중개법인을 만들고 직접중개를 시작했다. 원룸·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과는 다른 시장이지만 직방의 중개업 진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흐름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지난해는 임대인(건물주)·임차인(세입자)에게 세를 놓거나 팔아야 될 부동산을 접수·등록해 부동산 중개업소에 제공하는 플랫폼 ‘온하우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더해 직방은 최근 신규 비즈니스모델(BM) 지원·영업 매니저로 ‘공인중개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본격적으로 직접중개에 나서려 한다는 업계의 비판이 커지자 관련 모집 공고를 삭제하며 논란을 진화했다.

직방은 연매출이 몇 년 동안 400억원대에 머물며 성장이 정체돼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 고심이 깊다. ‘직접중개 진출설’이 계속 불거지는 이유다.

직방이 직접중개에 나서면 플랫폼 입점 부동산 업체의 광고료에 의존하는 기존 수익모델을 벗어나고, IT 기반 직영 부동산을 통해 과도한 중개수수료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직방이 플랫폼 지배력을 활용해 자신들이 유치한 매물 중심으로 홍보·영업하고 수익을 가져가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복덕방으로 불리던 중개사무소들의 호응·호평 속에 성장한 직방과의 갑을관계가 변했다”며 “대놓고 중개업에 나서면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물밑에서 사전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프롭테크(부동산 기술) 스타트업이 늘고 있어 앞으로 신산업과 전통산업 간 대결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택시업계의 반대에 가로막혀 사업을 접은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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