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싫다” 자산 쌓아 조기은퇴 꿈...“뒤처질라” 조바심에 '빚투'

(사진=SBSBiz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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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일보다 주식 투자에 집중하게 돼요”

월급보다 주식·부동산 같은 자산소득으로 눈을 돌리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자산 가격은 급등하는 데 예·적금 등으로 월급만 모아선 부(富)를 쌓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근거 없는 생각이 아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소득 대비 서울 집값 비율(PIR)은 15.6년으로 나타났다. 서울 사는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중간 가구의 소득) 가구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 이상 모아야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임포자’를 넘어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도 생겨나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통해 늦어도 40대 초반에 은퇴하는 게 목표인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저축’으로 은퇴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면 한국의 파이어족은 주식투자로 은퇴 자금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쓴 『불평등의 세대』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 출생 세대의 소득은 90년대 초반 대비 2000년대 후반까지 53% 상승했다.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들의 소득은 2000년대 초반 대비 2010년대 후반까지 26% 늘어났다. 하지만 80년대 후반에 출생한 이들의 경우 2010년대 초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시기에 소득이 7.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도한 투자 열기에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젊은 층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30세 미만이 증권사에 빌린 돈(신용융자 잔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200억원으로 2019년 말(1600억원) 대비 162.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의 평균 증가율(89.1%)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의 빚투 행렬에는 ‘빚내서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감과 조바심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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