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김병조 편집국장] 2018년부터 국내에 중국 음식 마라탕열풍이 불더니만, 올해부터는 탕후루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도입돼 사실상 한식으로 발달한 자장면을 비롯해 중국 음식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것이 처음이 아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라탕과 탕후루 열풍 등의 경우는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마라탕부터 살펴보자. 마라탕은 중국의 사천(쓰촨)요리다. 중국의 쓰촨성은 중국의 중심부에 있는 내륙지방이다. 사천 분지는 천부지토(天府之土), 하늘이 곳간을 내려준 땅이라고 불릴 정도로 곡창지대여서 해산물을 제외한 식재료가 풍부해 다양한 요리가 발달했다. 특히 지형이 분지라 기후가 습하고 더운 것이 특징이어서 음식의 부패를 막기 위해 음식에 고추, 후추, 마늘, 생강 등을 주로 이용해 향신료가 발달했다. 그것이 매운 음식 발달의 배경이다. 마파두부, 마라탕, 마라샹궈 등이 대표적인 매운 사천요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국의 쓰촨성과 같은 기후조건을 가진 지역이 없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매운 음식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런 나라에서 지리적, 문화적 차이가 많은 지역에서 발달한 음식을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열광하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특히 위암 환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지나치게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요즘의 음식문화는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추구하는 것이 추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자주 매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그런 문화가 열풍으로 불고 있는 것은 더욱 문제다.

그리고 최근 불고 있는 탕후루열풍은 어떤가. 탕후루는 중국 북경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간식 또는 후식이다.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산사나무 열매를 긴 나무 막대에 꿰어 달콤한 시럽을 바른 후 굳혀 만든 것으로 황궁 음식으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산사나무 열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일과 채소에 설탕과 물엿 등을 입혀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탕후루가 몇 년 전에 국내에 도입이 되더니만, 올해 들어서는 10~20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느 탕후루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올해 2월까지만 해도 50여 개이던 가맹점이 5개월 만에 300여 개를 돌파할 정도다. 프랜차이즈 업체뿐만 아니라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탕후루 제품을 내놓기까지 했다.

탕후루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과다한 당분 섭취가 문제다. 과일 그 자체가 당분이 많은 식품인데, 거기에 또 설탕이나 물엿을 입혀서 당분 덩어리로 만든 것이 바로 탕후루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젊은 나이에 당뇨병과 고혈압, 비만에 걸리는 사람이 많은데, 탕후루 같은 먹거리의 열풍은 청소년들의 건강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급기야 탕후루 전문 프랜차이즈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음식은 문화다. 지역이나 국가의 지리적, 기후적, 역사적 배경에 따라 하나의 문화로 형성된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를 얄팍한 상술로 부추겨 국민 건강을 해치는 일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또 소비자들도 호기심 차원의 체험은 문제가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유행을 따라 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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