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김은경 기자] 외국에서 몇 년 살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의 국제학교 생활을 위해 거의 방학 때마다 또 다른 나라에서 한 달 이상 체류하며 영어를 익혔다. 그렇게 4~5년간 생활해본 나라가 5개국이다. 그리고 어느 나라를 가든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리나라가 제일 살기 좋구나.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빠르고 정확한 민원 처리, 안전한 치안, 발전하는 문화… 외국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항상 가장 좋은 여행지로 한국을 추천했고, 다녀온 외국 친구들은 언제나 엄지를 치켜들었다. 한국인인 나에 대한 의례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국을 칭송했다. 그런 나라에서 자란 것이 부럽다고 할 정도였다. 적어도 여행자들에게는 정말로 한국이 대단한 나라였다.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기 시작한 K-문화가 기름을 끼얹었다. 호의적인 그들의 질문에 행복하게 답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위 말하는 국뽕이 승천했다. 특히 문화적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선진국 어디와도 견줄 수 없는 탑이었다. K팝과 K드라마, 영화 등에 세계가 매료됐다.

그리고 이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는 역대급 4만3,000여 명의 세계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영상으로만 접하던 한국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도착한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지울 수 없는 실망감을 안겼다.

무엇 하나 칭찬할 만한 것이 없었다. 연일 쏟아지는 비난에 세계 각국 취재진의 취재를 제한하는 모습까지 여과없이 노출됐다. 대회 준비만 미비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의식수준까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잼버리 세계대회를 치적으로 삼고자 했던 정치인들은 막상 위기가 닥치자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정부가 연일 내놓고 있는 잼버리 관련 보도자료의 대부분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결국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전원철수를 선언했다. 정부는 또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다가올 태풍 때문이라고 ‘압수수색 할 수 없고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 없는 자연’에 그 책임을 떠넘겼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으로 ‘각자도생’ 해야하나 고민하던 국민들은 전세계적인 행사에서마저 보인 처참한 정부의 모습에 정말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지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국격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말로만 하는 자랑은 통하지 않는다. 남 탓도 소용없다. “내가 그 자리에 있더라도 달라질 것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그 자리를 물러나야 한다. 책임지기 싫다는 말은 반성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책임지시라. 책임지기 싫으면 물러나시라. 그리고 그런 사람을 정부로 보낸 우리 국민들, 정신차리시라. 반성이 만연해도 모자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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