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김은경 기자] 실업급여 이야기로 뜨겁다. 실업급여를 받아 해외여행도 가고 샤넬 선글라스도 산다고 한다. 특히 여자와 젊은 청년들, 계약직 직원들이 쉬려고 실업급여를 신청한다고 말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실업급여에 대한 이야기는 봇물을 이뤘다. 달콤한 돈이라는 의미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생겼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함께 부정수급자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박 의장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노동자 스스로 내는 부담금으로 실업급여를 받는데 마치 적선하는 듯 생각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공개적인 자리에서 실업급여 받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특히 청년과 여성 구직자, 계약직 노동자들을 모욕하고 비하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박 의장은 또 다시 민주당의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간 실업급여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6개월만 일하면 받을 수 있고 구직활동을 증명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아서 부정수급 이야기도 끊이지 않았다.

노동부는 2012년 3조4,418억 원이던 실업급여 액수가 지난해 10조9,105억 원으로 3배가 넘게 올랐고 수급자도 반 이상 증가했다며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같은 법 적용을 받아왔던 실업급여 수급액이 왜 이렇게까지 올랐는지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다.

실업급여는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받을 수 없다. 회사로부터 실직을 당해야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그만큼 실직이 잦다는 말이다. 실직이 잦을 수밖에 없는 고용형태가 늘어났기 때문에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5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은 0.2% 늘어난데 반해 비정규직은 무려 40.6% 증가했다. 특히 공기업의 기간제 직원은 2022년 1분기 말 621명에서 올해 1분기 말 5,581명으로 798.7%나 크게 늘어났다. 생활용품(224.9%)과 석유화학(197.5%), 유통(118.2%), 철강(114.2%), 제약(100.4%) 등 업종에서도 1년 새 기간제 직원이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로 고용불안이 이미 크게 증가한 이후로도 정규직은 지속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물론 법의 허점을 노려 회사로부터 해고 “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업급여를 받는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실업급여를 받는 모든 사람들을 절대 이와 같은 부정수급자로 볼 수는 없다. 오랫동안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실업급여로 받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일부러 실업급여를 받아 명품을 사고 해외여행을 간다는 이야기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실업급여는 10년 이상 한 직장에서 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장 기간이 8개월이다. 1년 미만으로 일한 사람은 4개월밖에 받을 수 없다. 금액도 기존 월급의 60%로 책정된다. 그리고 이 금액이 최저금액보다 적을 때에는 최저금액의 80%를 준다. 평생 받으며 놀고먹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낸 세금을 보험 형태로 돌려받는 것이다. 나라에서 무료로 주는 것이 아니다. 일해서 고용보험금을 낸 사람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제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거지처럼 꾸미고 관공서에 가야하냐며, 어떤 옷을 입어야 하고 어떻게 입으면 안 되는지를 묻는 시트콤이 펼쳐지고 있다. 나라에서 공짜로 주는 돈이 아니라 내가 낸 돈에서 단 몇 개월 보장받는 금액을 정부는 적선하듯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몰지각한 일부 정부 인사들의 선민의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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