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현장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현장

[컨슈머뉴스=김병조 편집국장] 어릴 적 장래희망이 선생님이었다. 사범대학을 다니진 않았지만, 선생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생실습’(교육실습)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 교생실습을 하면서 선생 되기를 포기했다. 2가지 이유 때문이다.

1985년에 나는 대구에 있는 어느 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했다. 실습 기간 중 스승의 날을 앞둔 어느 날, 내가 맡은 학급에서 학생들의 학급회의를 참관했다. 스승의 날 담임선생님에게 무엇을 선물할 것인가가 회의 안건이었다.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어느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아 그 서문시장에서 00원짜리 구두 하나 사주면 되지 뭐.”

오래전 일이라서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에 듣기로는 그 금액의 구두라면 싸구려 느낌이 들었다. 비싼 구두, 싸구려 구두를 떠나서 말투에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전혀 없었다. 선생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리고 교생실습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교생실습을 담당했던 선생님이 희한한 요구를 했다. 교생실습 기념으로 교생들이 학교에 TV나 냉장고 등 기념품을 남기라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선생 되기를 포기하는 마음을 확실하게 굳혔다.

그로부터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선생 되기를 포기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고, 부임한 지 2년 차인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은 학교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했다. 이럴 때 기성세대는 말세라고 한탄한다.

답답한 마음에 지방에서 평생 초등학교 평교사로 선생을 하다가 지난해 정년퇴직을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사여구 빼고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교육문제의 근본 원인이 뭐냐고 물었다. 친구는 가정교육이 무너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자식을 하나만 낳는 시대가 되다 보니, 집에서 왕 대접받는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왕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라는 것이다. 학생의 인권만 신장 되고 교사의 교육할 권리, 즉 교권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친구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그것은 바로 성적 위주의 입시제도다. 성적 위주의 입시제도에서 성적이 나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약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때문에 소위 학폭이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부로 공개되지 않은 충격적인 데이터를 하나 소개했다. 친구가 근무했던 학교에 전교생이 1,000명 조금 넘는데, 그중에 정신장애 등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이 무려 30%에 육박한다는 것이었다.

가정교육이 무너진 가운데 교권마저 무너져 학교에서는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로 자포자기하는 꼴이라는 게 친구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교육이 회복되지 않고, 성적 위주의 입시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학교에서의 폭력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친구의 진단과 문제의식이 정답이 아닐 수는 있지만, 교육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귀담아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친구는 4~5학년 때 연간 출석일 수가 37일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6학년 때 맡아서 상담과 사랑을 통한 교육으로 명문대학까지 진학시킨 경력이 있기에 나는 친구의 의견을 존중한다.

우리는 방송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학교에서 교권이 무너진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이라는 표현 말이다. 교권이 무너진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얼마나 했는지 모두가 반성하는 것이 학교문제 해결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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