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감미료 대체당 사용 서울장수,롯데칠성,오리온 등 '비상'
2군 B 발암 물질 288가지...'발암'도 '양'나름

마트에 진열된 각종 음료들 [사진=연합뉴스]
마트에 진열된 각종 음료들 [사진=연합뉴스]

[컨슈머뉴스=이태림 기자] 설탕 대신 쓰는 인공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이 이제부터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암연구소(IARC)를 통해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관련 업계의 큰 '혼란'이 일고 있다. 발암물질은 크게 3그룹으로 나뉜다.  담배와 방사선, 라돈과 석면가루, 벤젠, 그리고 소시지와 햄 같은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에 포함되는데 이 중 전문가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술’이다. 이어 2군A 발암물질엔 교대 근무, 기름에 튀긴 음식, 그리고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적색육 등이 포함된다. 이번 아스파탐 사례 같이 2군B 발암군엔 스마트폰의 전자파와 자기장, 커피, 그리고 김치까지 288가지의 광범위한 물질이 포함된다. 그 중 인공감미료만 해도 아스파탐 외에 여러가지가 현재 사용되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사상 처음으로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할 예정이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낮고 가격도 저렴해 그동안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는 설탕의 대안으로 전세계 200여개 국에서 승인 받아 사용되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인공감미료 22종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그 위험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가공식품,음료, 심지어 건강기능식품에 이르기 까지 실제 아스파탐보다 더 쎈 인공감미료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 소비자는 물론 업계도 '혼란'이 일고 있다.

서울 한 편의점에 진열된 막걸리.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편의점에 진열된 막걸리. [사진=연합뉴스]

서울장수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등 국내 시판 중인 막걸리 제품 상당수에 아스파탐이 소량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장수 막걸리는 전국 막걸리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이와 관련 컨슈머뉴스 기자에게 " 해당 사안은 대부분의 막걸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주, 음료 업계도 동일한 상황입니다. 아스파탐은 식음료의 단맛을 강화하기 위한 원료로서 ‘WHO 식품 첨가물 전문가 위원회 승인 하’에 정식 첨가물로 사용돼 왔습니다. 당사제품 중에서는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 아스파탐이 첨가돼 있습니다. 함량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으나 FDA 기준, 일일 허용 섭취량(성인)에 따라 1병 당 허용량의 2~3%정도만 함유하고 있습니다. FDA에서는 아스파탐의 일일 허용 섭취량(ADI)을 체중 1㎏당 하루 50㎎으로 정하고 있습니다."고 해명하면서 "서울장수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WHO 승인에 따라 해당 원료를 사용했으며 후속 사항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단순히 각 제조사 별로 독자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 관련 기관 및 업계 관계자들이 공동의 대응 기준을 마련해 나가며, 함께 논의를 통해 대응하려 합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 하위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식약처 등 외부 전문 기관 등의 하위 기준이 명확해진다면 후속 사항들을 보며 전면 교체도 검토할 예정입니다"라고 대응 방침을 전했다.

롯데칠성음료 ‘펩시제로’ 제품들.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 ‘펩시제로’ 제품들. [사진=롯데칠성음료]

국내에서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는 대표 음료 제품에는 롯데칠성음료의 펩시제로 3종(라임·망고·블랙)세트가 있다. 페닐알라닌이 함유된 아스파탐을 아세설팜칼륨과 수크랄로스 등의 감미료와 함께 사용한다. 그 중 인기 제품인 ‘펩시 제로 슈거 라임’은 2021년 1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누적 5억5000만 캔(250mL 환산 기준) 팔렸다. 

롯데칠성음료와 막걸리업계 등은 한국식품산업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구체적인 지침 마련 등 대응에 나서주기를 요청했다.

롯데웰푸드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 오리온, 크라운해태제과 등 국내 주요 제과 3사는 자사 무설탕제품에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대체 방안을 밝혔다.

롯데웰푸드는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ZERO)’뿐 아니라 모든 생산 제품에 아스파탐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했다. 대신 ‘에리스리톨’과 ‘탈티톨’을 감미료로 쓰고 있다. 

오리온은 무설탕 사탕인 ‘마켓오 민티’에 감미료로 ‘수크랄로스’를 쓰고 있다. 하지만 나쵸·감자톡 등 과자류 10개 품목에 아스파탐을 사용 중이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일부 제품에 평균 0.01%로 극소량이 들어 있지만 아스파탐 대체 원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제과도 해태 아이스쿨 껌, 크라운 마이쮸 자일리톨 등 무설탕 제품에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다양한 무설탕 제품이 있지만 자일리톨 등을 대체 감미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아스파탐은 첨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IARC가 분류를 확정하면 그에 따라 식약처 등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에 따라서 아스파탐을 전면 교체하거나 사용량을 조정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발암물질에서 중요한 건 물질 자체보다 ‘양’이다. 발암물질로 지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적게 먹는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적색육을 매일 100g 이상 먹을 경우에 암 발생률이 17% 이상 증가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하루 고기 섭취량은 62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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