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김병조 기자] 6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서 적지 않은 혼란이 생기고 있다. 나이가 몇 살이냐가 살아가는데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나이기에 무관심하다가 그래도 직업상 알고는 있어야겠기에 네이버에서 만 나이 계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다. ‘나이 계산이라는 화면이 나타났고, 기준일은 검색하는 날짜였고 출생일은 자기의 출생 연월일을 입력하게 되어 있다.

필자의 출생 연월일이 음력으로 1960123일인데, 양력과 음력을 구분하지 않아 그냥 1960123일로 입력하고 계산하기버튼을 눌렀다. 결과는 63, 돼지띠, 연 나이 63세입니다로 나왔다. 기준일이 필자가 태어난 달을 지났으니 2023년에서 1960년을 뺀 숫자가 기자의 만 나이가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띠였다. 필자는 음력으로 1960123일생이어서 분명히 경자년 쥐띠인데 결과는 돼지띠로 나왔기 때문이다. 돼지띠는 쥐띠보다 한 살 많은 1959년생인데, 1960년생인 내가 왜 돼지띠지? 뭔가 잘못됐겠지 하는 생각으로 몇 번을 되풀이해서 검색해 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겸색 결과 하단에 띠 계산은 입춘일(24)을 기준으로 한 결과입니다라는 표시가 있었다. 그래서 생일을 24일로 입력하니까 63, 쥐띠로 나왔다. 1960년생이라도 생일이 23일까지인 사람은 쥐띠가 아니라 돼지띠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959년생이라도 생일이 23일까지는 돼지띠가 아니고 개띠가 되고, 24일생부터 돼지띠가 된다는 것이다.

무슨 이런 개(?)같은 경우가 다 있나.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면서 나이가 전에보다 2살이나 어려지는 사람이 있어서 뒤죽박죽인데, 띠까지 쥐띠가 돼지띠가 되고, 돼지띠가 개띠가 되니 이 무슨 조화인가. 평생 쥐띠로 살아온 사람이 돼지띠가 되는데도 네이버에서는 띠 계산은 왜 입춘일을 기준으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황당하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 과거에는 음력을 사용하다가 갑오개혁(1894) 이후에 음력과 양력을 병행해 사용하면서 생긴 혼란이다. 요즘이야 출생신고를 비롯한 모든 행정절차를 양력으로 처리하지만, 기성세대들은 대부분이 음력으로 처리했다. 그래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서양문명인 SNS상에서 벌어진다. 가령 페이스북에 회원으로 가입하는데 생년월일을 입력하지만, 양력과 음력 구분이 없어 음력 생일을 사용하는 사람도 양력으로 입력을 한다. 그러면 페이스북은 양력으로 입력한 그 날짜에 생일이라고 공지를 하고, 페이스북 친구들은 생일 축하 인사들을 주고받는다. 당사자는 진짜 생일은 음력 OO일이라고 설명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가짜 생일날 축하를 받는다. 말하자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양력설과 음력설에 두 번 하듯이 생일 축하도 두 번 받는 꼴이다.

그럼에도 착해서인지 바보여서인지 한국인들은 그러려니 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고 있다. 이번 만 나이통일도 국제 추세에 맞춘다는 차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그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고스란히 착한 바보인 한국인의 몫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만 세계 10대 강국이지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개미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나라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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