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 기자의 백내장 수술 체험기

[컨슈머뉴스=김병조 기자]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하기에 평소 이용하던 대학병원 안과에 진료 예약을 했다. 백내장 수술은 개인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수술이지만, 내 눈 상태에 대한 그동안의 기록이 모두 있으니 대학병원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약 당일인 612일 오후 2시에 병원에 가면서 오늘 수술하고 나면 이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겠지라는 기대감에 병원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검사를 마치고 의사와 면담 과정에서 당일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럼 언제 수술할 수 있냐고 물으니까 정상적으로는 9월이나 돼야 수술 일정이 잡히는데, 급하다고 하니까 725일에 수술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속된 말로 대략난감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후 진행된 수술 전후 주의사항을 듣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약속된 수술 당일 아침 7시까지 보호자를 동반해서 병원에 와야 하고, 코로나19 검사도 하루 전에 하고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검사비는 30만원이 넘게 나오고, 수술비는 20만원이 넘게 나올 것이라고 했다.

돈보다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조건이 마음에 걸렸다. “아침 7시까지 병원으로 오라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까 원래대로 하면 9월에 수술할 수 있는데 억지로 일정을 앞당기다 보니 그 시간에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죽을병도 아니고 간단한 수술인데, 보호자까지 동행해야 하냐?”고 따지니까 대학병원 규정이 그렇다는 상투적인 답변뿐이었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동의를 했으면, 그 설명 이후에 사전 검사를 진행하고 수술 당일에 해야 할 검사도 하고 수술을 진행하게 되겠지만, 가족이 없는 1인 가구인 데다가 누구한테 이른 시간에 보호자로 동행해 주도록 부탁하기가 싫어서 개인병원에서 수술하겠다고 하고 그날 진료비만 계산하고 나왔다.

개인병원에서 수술한 친구가 개인병원에 가면 당일 바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주기도 했고, 평소 출퇴근하는 길목에 백내장을 수술한다는 개인병원을 봐두고 전화번호도 메모해놓은 적이 있어서 다음날 전화를 했다.

백내장 수술을 하려고 하는데, 당일 검사해서 당일 수술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언제 하시길 원하십니까?”라고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했다.

616일 금요일 오후 2시에 개인병원에 갔다. 필요한 검사를 하고 나니 의사가 백내장이 심한 상태라서 수술을 할 때 뻐근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들 것이라면서 최선을 다할 테니 환자분도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실제 수술하는데 드는 시간은 20여 분이었고, 통증도 거의 못 느끼고 수술을 마쳤다. 회복시간이라며 침대에 누워서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 모든 절차를 마치니 오후 5시였다. 검사부터 수납까지 3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비용도 검사비와 수술비 모두 합쳐 23만원에 불과했다.

의학적으로는 개인병원에서 하는 수술과 대학병원에서 하는 수술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직접 경험한 소감은 개인병원에서의 수술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아울러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고루한 제도에 묶여있는 것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1인 가구가 표준가구임에도 1인 가구가 생활하면서 겪어야 하는 불편한 점은 1~2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백내장 수술, 굳이 대학병원에 가서 비싼 돈 주고 복잡한 절차 거칠 필요 있을까

백내장 수술 뿐만 아니라 개인병원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대학병원을 무조건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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