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에서의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의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법무부 장관님 발언대로 나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김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있습니다.”

6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시간에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발언대로 불러냈고, 발언대로 나온 한동훈 장관은 자신이 발언대에 나와있다는 것을 김 의원이 알 수 있도록 알려줬다.

참으로 오랜만에 고성과 야유가 없는 국회 본희의장 대정부질문 풍경이 펼쳐졌다. 안내견 조이와 함께 등장해 품격있는 언어와 태도로 검수완박으로 인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폐지된 것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던 야당조차도 고성을 지르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것이 진정한 배려. 배려(配慮)의 한자는 아내 생각할 를 쓴다. 아내를 생각하고, 아내를 걱정해주는 것이 배려다. 지금이야 여성상위시대라고 할 만큼 여성의 인권이나 입지가 많이 높아졌지만 과거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는 남편보다는 아내가 상대적 약자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배려의 참뜻은 강자가 상대적 약자를 생각해주고 걱정해주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정상인에 비해 상대적 약자다. 그래서 정상인이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한동훈 장관이 시각 장애를 가진 김예지 의원에게 자신의 발언대 등장을 알려주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졌던 꼴불견들 때문에 지극히 당연한 장면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이 되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경제 활동 3주체인 정부기업’, ‘소비자간의 배려를 생각해본다. 누가 누구를 배려해야 할까? 3주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시장이 작동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강자와 상대적 약자는 있다. 필자의 생각은 정부>기업>소비자의 순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법과 제도로 시장을 컨트롤하니 가장 힘이 센 강자라 할 수 있고, 기업은 재화의 공급과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으니 그 힘 또한 막강하다. 소비자는 최종 선택권을 쥐고 있기에 얼핏 강자로 보이지만, 그래서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도 있지만, 뭉치지 않으면 모래알이 될 수 있기에 상대적 약자로 봐야 한다.

그럼 2023년 현재 고물가, 고금리에 힘들어하는 상대적 약자 소비자들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배려가 있는가? 특히 소비자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들이 힘든 소비자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요즘 기업들에게는 ESG경영이 화두다. 그동안은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상태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는데, 이제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사회(S)’가 바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다. 기업들이 ESG경영을 한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환경(E)’만 치중할 뿐 소비자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경영은 사실상 하지 않는 실정이다.

상대적 약자인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보여준 감동적인 배려의 실제 사례를 계기로 기업들도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들을 위해 배려하는 일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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