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 이태림 기자]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로 통했다. 편집상, 각본상, 남·여조연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작품상 총 7개 부문에서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3월 12일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수상식에서 제작자 조나단 왕은 "정말 기분이 좋다. 세상에 어떤 영화도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없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제가 이 말을 할 수 있게 될 줄 몰랐다. 아카데미와 제작사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은 미국 이민 1세인 에벌린(양자경)이 다중 우주를 넘나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겪는 현실적 고충과 세대 갈등을 SF 장르로 코믹하게 풀어내 호평을 얻었다.

무대에 오른 대니얼 콴 감독은 "전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 스토리가 가끔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곤 한다"며 "영화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가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통해 스토리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민자 1세인 아버지를 호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에에올' 주인공을 맡아 열연한 말레이시아 출신 양쯔충(양자경·60)이 아시아계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 역사를 썼다. 아시아 국적 여성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윤여정(여우조연상) 이후 두 번째이기도 하다.

양쯔충은 "모든 아이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며 "꿈을 크게 꿔라, 꿈은 이루어진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여러분, 여러분의 황금기가 지났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은 듣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양쯔충과 부부역할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키 호이 콴은 “이런 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고 외쳤다. 그는 공산 베트남을 피해 일가족과 미국으로 온 ‘보트피플’이다. 트로피를 받아쥐고 “엄마 저 오스카상 탔어요!”라고 운을 뗐다. “저는 굉장히 오랫동안 난민 캠프에 있었다. 보트에 타고 긴 여정을 통해 이렇게 큰 무대까지 올라왔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믿을 수 없다. 꿈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꿈을 믿으셔야 한다"고 말했다.

여우조연상도 ‘에에올’ 차지였다. ‘할로윈’의 주인공 제이미 리 커티스로, 첫 아카데미 수상이다. 그녀는 “‘우리’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기뻐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의미있는 축제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