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뉴스=이태림 기자] ‘폴 토마스 앤더슨(이하 PTA)’이 ‘리코리쉬 피자’로 돌아왔다. ‘팬텀 스레드’ 이후 5년 만이다.

베일을 벗기 전 영화 팬들은 PTA 신작 흐름에 따라 다소 무거운 시대극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를 뒤엎었다. 리코리쉬 피자는 1970년대, 감독이 유년시절을 보낸 캘리포니아의 엔시노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잔잔한 듯 요란스럽고 따뜻한 성장 이야기다.

우선 이 영화의 제목과 달리 리코리쉬 피자는 나오지 않는다. 리코리쉬 피자란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인기 있었던 체인점 레코드숍이다. 영화는 피자도, 레코드숍도 등장하지 않을뿐더러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70년대를 상징하는 단어를 제목으로 차용하면서 제목만으로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아역배우로 활동하는 15세 ‘개리(쿠퍼 호프만)’이 있다. 개리는 졸업 앨범 촬영을 하던 도중, 20대 도우미 ‘알라나(알라나 하임)’에 첫눈에 반한다.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가 마음을 고백하며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하지만 알라나는 그저 철없는 아이의 고백으로 치부하며 거절한다. 

‘물침대’ 사업이라는 자신만의 확고한 꿈이 있는 개리와 달리, 알라나는 불안한 청춘을 보내는 중이다. 서로 다른 나이와 환경, 직업으로 인해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한다. 또 연인도, 친구도 아닌 그들이 비즈니스 파트너로 엮이며 이들의 연애사는 더욱 험난하게 꼬인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초기작 연상되는, 사랑스러운 로맨스

'PTA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국내에서도 PTA의 팬 층은 두텁다. 기존 PTA 작품을 봐온 팬들은 ‘이게 정말 PTA 작품?'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의 최근작이 무겁고 진지하거나, 난해한 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코리쉬 피자’는 기존 작품과 너무나도 달랐다.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는 청춘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공감하며 볼 수 있다. 만약 그동안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가 너무 무겁거나 어려워서 관람을 피했다면 ‘리코리쉬 피자’ 는 기대해도 좋다. 역대 ‘폴 토마스 앤더슨’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TA의 초기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가 더욱 반가울 수 있다. 특히 같은 로맨스였던 ‘펀치 드렁크 러브’가 떠오른다는 팬이 많았다. 그의 ‘사랑의 형태와 방식이 평범하지 않다’는 특징이 바로 그만의 장점이다. 게다가 어색하지만 무엇보다 진심인 사랑의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은 PTA의 특기다. 리코리쉬 피자에서 초기작의 냄새가 느껴졌다. 

분명 리코리쉬 피자는 초기작을 닮았지만, 차별점이 있는데 바로 ‘청춘’과 ‘성장’이다. 펀치 드렁크 러브가 중년의 황홀한 사랑 이야기라면, 리코리쉬 피자는 불안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또 리코리쉬 피자의 사랑 이야기에는 비즈니스 관계, 꿈이 포함되어 있다.

‘개리’는 강렬한 자기 확신이 있으나 오만하고 서툰 ‘어른인 척’하는 소년이다. ‘알리나’는 능숙하지만 자기연민과 불안함에 빠진 ‘미성숙한 어른’이다. 서로 다른 모습 때문에 이끌리지만, 평행선을 달리며 서로를 향해 분노하는 그들은 감정의 격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린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어느 도시를 땀을 뻘뻘 흘린 채 뛰어다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설프고 혼란스러운 유년기 로맨스 영화, PTA는 그렇게 청춘을 예찬하고 사랑을 그리워했고, 우리는 영화를 보며 공감하고 위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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