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변화, 시작과 끝을 간드러지는 명대사로 조명해

[컨슈머뉴스=이태림 기자] 2021년 7월에 개봉한 일본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현실 공감 로맨스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장기 흥행을 이어갔다. 그중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 명대사는 MZ세대에게 개봉 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가장 행복한 두 사람의 ‘현재’를 그대로 쭉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마음가짐과 ‘키누(아리무라 카스미)’를 향한 사랑이 돋보이는 ‘무기(스다 마사키)’의 대사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키누와 무기는 서로의 사랑만 있으면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취업 활동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사랑 이외에도 필요하고 중요한 게 많은 현실에 눈을 뜨고 두 사람은 시나브로 멀어진다. 무기는 현실에 부딪히자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만두고 앞만 바라보며 돈 벌기에 집중하며, 인생의 목표인 ‘키누와의 관계 현상 유지’는 뒷전이 되었다. 키누는 무기와 달리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며 돈이 아닌 자신의 취미를 우선시한다. 두 사람은 자연스레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한다.

연인과의 최소한의 ‘현상 유지’는 내가 사랑했던 상대를 잃지 않기 위한 모든 커플의 바람일 것이다. 상대를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나라도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끊임없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키누와 무기는 현상 유지를 위한 솔직한 대화는커녕 대화 자체가 부족했다. 조금만 더 상대에게 솔직한 내 마음을 오픈하고,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 깊이 토론하며 상충지점을 맞춰 나가고, 싸우더라도 의미있는 깊은 대화를 통해 맞춰나가는 노력이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길게 ‘현상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시작은 끝의 시작”

둘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갈라지기 전. 연애를 막 시작하고 함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무기와 키누는 뭘 하든 마냥 행복하고 즐겁다. 바다를 바라보던 키누는 문득 뭐가 생각났는지 혼자 슬픈 표정을 짓는다. 영문 모를 무기는 알쏭달쏭해 하는데, 키누가 즐겨보던 ‘연애 생존율’이란 블로그에 남겨진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라는 글을 떠올리며 이 행복이 사라질까봐 불안함을 느낀다.

“연애는 살아있는 거라서 유통기한이 있어”

영원한 사랑은 없을까? 영화는 모든 사람이 언젠가 죽듯이,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존재한다고 여긴다. 진정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을까? 많은 연인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지만 ‘이별을 내재한 만남’이라고 연애의 성질을 지정한 장본인은 우리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처음 사랑을 시작한 것도 우리의 손이고, 사랑을 끝낼 칼자루도 우리가 손에 쥐고 있다. 사랑이 변했다면 외부 요인을 찾기 전에, 내부에 있는 우리의 무언가가 변동됐다는 것이다. 무엇이 움직였을까? 무엇이 움직였길래 사랑은 끝에 도달했을까? 도대체 태초에 사랑의 불씨는 어디서부터 왔길래 이토록 날 힘들게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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