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컨슈머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컨슈머뉴스)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는 삼성그룹의 자진시정안을 공정거래위원회가 기각했다. 사건에 개입한 삼성 계열사와 관계자는 앞으로 공정위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3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이 제출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거래 상대방의 피해를 구제할 시정 방안을 스스로 제안하고 실행하는 제도다. 사업자가 내놓은 동의의결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등의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급식·식자재 유통 사업을 벌이는 삼성웰스토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 회사가 삼성웰스토리와 사내 급식물량 100%를 정상가격(시장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경제적 이익을 몰아줬다는 혐의다. 삼성웰스토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의 17.33%를 보유하고 있는 등 총수 일가가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삼성 계열사는 이번에 제시한 시정방안에 앞으로 5년 동안 총 2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상생지원 방안과 구내식당 일감 개방 방안을 담았다. 우선 15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급식·식자재 중소기업 375개사를 대상으로 투자자금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300억원을 들여 중소업체에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이밖에도 삼성은 중소 급식업체 1000개사의 위생안전 교육·메뉴 개발 컨설팅 비용 50억원을 댈 계획이었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등 취약계층 관련 시설 450곳에는 식품안전 설비 등 100억원어치를 지원하고, 푸드뱅크에 50억원을 기부해 중소 급식업체의 반찬·도시락을 취약계층 시설에 전달하려고 했다.

또 사내식당 일감을 개방할 때 중소·중견기업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가 주도한 대기업 구내식당 시장구조 개선 작업과 같은 흐름이다.

삼성그룹 깃발 (사진=컨슈머뉴스)
삼성그룹 깃발 (사진=컨슈머뉴스)

공정위는 “신청인(삼성)의 제시 내용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을 받아들일 때 기업의 자진시정안으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게 효과적인지, 불공정행위가 가벼워 검찰 고발이 필요 없는지 등을 따진다. 그동안 동의의결 제도가 ‘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탓이다. 공정위의 동의의결 관련 규칙을 보면 동의의결을 인용할 때는 해당 사건의 중대성, 증거의 명백성, 소비자 보호 등 공익에 맞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앞서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초 삼성 측에 발송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장(사장) 등 전·현직 임원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삼성이 동의의결을 신청한 배경이 정 사장 등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이 고발되면 이 부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라는 관측도 있다. 동의의결을 기각한 공정위는 곧 본 사건인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제재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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