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10월 15일 금융감독원에 삼성그룹 불법합병 가담 의혹을 받는 삼성증권을 조사하고 엄중하게 제재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10월 15일 금융감독원에 삼성그룹 불법합병 가담 의혹을 받는 삼성증권을 조사하고 엄중하게 제재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검찰이 2·3차 공판에 이어 4차 공판에서도 '프로젝트G' 등 경영권 승계 관련 문서를 작성한 전 삼성증권 팀장을 증인 신문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아이뉴스24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네 번째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번 공판에도 증인으로 전 삼성증권 팀장 한 모씨가 출석했다. 앞서 한 씨는 지난달 6일과 20일 공판에도 출석해 검찰의 신문에 답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의 증인은 1∼2차례 출석해 신문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기록이 방대하고 전 삼성증권 팀장인 한 모씨가 핵심 증인으로 꼽혀 증인신문이 길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 대응 방안 보고서,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언론 대응과 관련해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당시 7%대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을 반대하고, 다른 주주들까지 엘리엇의 우호군으로 결집시키려 하자 이 부회장이 직접 미전실 등과 대응 전략을 찾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씨는 "엘리엇이 유명한 헤지펀드여서 상당히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주라고 생각했다"며 "이와 관련해 여러 분과 논의했고, 그 중에 미전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작성을 누가 요청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삼성증권이 언론 보도,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간을 유도했다며 이를 지시한 주체도 질의했다.

한 씨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저희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를 유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재가가 있었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기소했다.

또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부채로 잡으면서 자산을 과다 계상한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당시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병했다. 이에 검찰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이 합병 후 지주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고 봤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유리한 합병 시점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삼성물산과 주주들에 손해를 가하면서 오히려 회계보고서를 조작 했다"며 "사실상 총수인 이 부회장에 의해 합병 비율이 왜곡되고 손해를 입힌 게 이 사건 실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고, 회사들도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은 오로지 승계 및 지배력 강화라는 목적이었다고 보고 있는데 합병은 사업상 필요와 경영상 필요했다"며 "삼성물산은 국내 외로 건설 상황 악화나 해외 프로젝트 손실이 우려되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제일모직은 해외 인프라를 필요로 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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