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올해 저점 대비 11.5% 뛰어

[컨슈머뉴스=정성환 기자]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자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金)과 달러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식과 신흥국 자산 등 위험자산 가치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은 장중에 전날보다 1.25달러 오른 트로이온스(약 31.1g)당 1871.75달러에 거래됐다. 금값은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5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53달러(상승률 2.91%) 올랐다. 이날 장중 고가는 올해 최저가를 찍은 지난 3월8일 종가(1678달러)에 비해 193.75달러(11.5%)나 뛰었다.

국내 금값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의 그램(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56% 오른 6만8200원에 마감하며 사흘 연속 상승했다. 올해 저점인 지난 3월 5일 종가(6만2300원) 비교하면 두 달 만에 10% 가까이 올랐다.

금값은 지난해 8월에 사상 처음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대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지난해 8월6일에 사상 최고가인 2089.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몰린 결과다. 각국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불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으로 급부상하면서 금으로 흘러가던 자금이 줄었다. 여기에 실물경제가 회복세를 타면서 안전자산 수요도 약화되며 1600달러대까지 떨어진 금값은 최근 빠르게 뛰고 있다.

금과 함께 달러를 사들이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4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지난 4월 말 국내 거주자의 달러예금 잔액은 817억8000만달러로 지난 3월 말보다 24억3000만달러 늘었다. 4월 말 달러예금 잔액은 2012년 6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거주자 달러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은행에 맡긴 달러예금을 말한다.

달러예금은 지난 1월 말 761억6000만달러로 전달보다 3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하지만 2월(7억6000만달러 증가), 3월(24억3000만달러)에 이달까지 석달 연속 불어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이 보유한 달러예금이 636억9000만달러로 17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가계는 180억9000만달러로 6억6000만달러 늘었다.

자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데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 (예상치 3.6%), 전월 대비 0.8%(예상 0.2%)로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가계 씀씀이가 늘어난 데다 원자재 가격 등이 큰 폭 오른 결과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설비투자가 줄면서 공급 공백이 커진 것도 물가를 밀어올렸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중고차 가격이 치솟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4월 중고차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 뛰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그만큼 시장금리 오름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시중에 풀어놓은 유동성을 흡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승은 명목금리(실질금리에 기대 인플레이션을 얹은 금리) 오름세로 이어진다. 그만큼 위험자산 선호도는 위축된다.

위험자산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비트코인은 한때 개당 8000만원을 웃돌았으나 지난달 중순부터 내림세를 이어가 19일 오전 기준 5100만원대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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