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자체 처분도 견책·정직에 그쳐

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NH농협은행)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신뢰'를 저버린 은행은 더이상 은행이 아니다. NH농협은행 직원들이 자신과 가족 명의의 카드값을 갚지 못하자 전산을 조작해 카드값을 갚은 것처럼 꾸몄다가 들통이 났다. 하지만, 농협은 견책 처분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17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은행법을 위반한 농협은행 직원 7명에게 과태료 180만∼2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은 본인 또는 가족 명의의 신용카드 대금 결제일에 상환 여력이 부족하자 결제대금이 상환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했다. 이후 전산 조작 당일에 카드대출(현금서비스) 한도가 복원되면 현금서비스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이용해 가짜로 상환한 금액을 정리했다. 이들이 2016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실제로 자금을 입금하지 않고 전산 조작으로 입금 처리한 금액은 106건, 3억7천만원이다.

은행법(제34조의2)과 은행법 시행령(제20조의2)에서는 은행은 실제 자금을 수취하지 않고 입금 처리하는 행위 등 은행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직원 2명은 외환거래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실제로 자금을 받지 않고 1600만원을 입금 처리해 역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들의 위법 행위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농협은행 종합검사에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기관 제재도 병행해 농협은행에 과태료 5억84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은행 직원의 전산 조작행위라는 중대한 위반행위가 벌어졌음에도 금융위가 너무 약한 제재를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17일 열린 금융위 회의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의사록을 보면, 안건 보고자는 “금번 위반행위는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위한 기본적 의무 위반’에 해당해 ‘위반결과’를 ‘중대’로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 ‘당해 위반행위가 언론에 공표되어 당해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였고, ‘금융거래에 피해가 없는 경우’에 해당해 ‘위반결과’를 ‘경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위반결과’를 ‘보통’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보고했다.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고, 피해가 없었던 점을 참작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에 한 위원은 “해당 위반행위의 ‘위반결과’가 ‘중대’한 경우에 해당하고 동시에 ‘경미’한 경우에도 해당하여 최종적으로 그 중간인 ‘보통’으로 평가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어떤 위반행위의 결과가 ‘중대’하다는 평가와 ‘경미’하다는 평가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고, 위반행위의 결과가 ‘중대’한 동시에 ‘경미’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한편, 금융당국의 조치 직전 NH농협은행이 자체 감사를 통해 해당 직원들을 징계했는데 견책이나 정직에 그쳤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건 이후 퇴직한 경우도 있지만 승진한 직원도 있는 걸로 확인됐다.

NH농협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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