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비씨 이어 타 카드사도 진출 준비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지난해 말 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 등 증권사 4곳과 손잡고 스탁론(주식매입자금대출)을 내놓았다. 해당 증권사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면 계좌평가금액의 최대 300%, 3억원까지 연 4.49% 약정금리로 주식매입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얻자 뒤이어 롯데카드도 연 2.89~6.49%의 스탁론을 올 4월에 내놓았다. 하나카드 역시 스탁론 출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가 이처럼 본업인 카드업을 제쳐두고 ‘대출 권하는 회사’로 변모하고 있는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라는 업계 공통 위기 상황과 맞닿아있다. 법적 규제와 과도한 경쟁 등으로 업계의 주 수익원이던 수수료 수익이 떨어지자 새로운 탈출구로 대출시장에 주목한 것이다.

투자와 연계된 카드 대출까지 생겨난 마당에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부실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돼 2002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마통(마이너스 통장) 카드’까지 부활시킨 게 지금의 카드사들이다. 그렇게 키워나간 카드사 대출시장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7개 카드사 카드론 잔액이 32조원에 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카드 대란 당시 규모 12조원의 2.7배다.

하나카드는 지난 5일 종합 디지털 페이먼트사로의 도약을 선포하며 장기 계획으로 ‘스톡론’ 신상품 출시를 내세웠다. 스톡론은 증권사와 협약을 맺은 금융사가 증권계좌나 예수금을 담보로 주식 투자자금을 대출해 주는 저금리 주식연계 신용대출을 말한다. 하나카드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지난달 진출한 자동차금융 사업 부문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신사업 영역으로 스톡론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롯데카드도 증권사와 제휴를 맺고 조만간 스톡론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라 스톡론 취급을 줄여왔던 저축은행업계도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스톡론 취급을 늘렸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저축은행업계에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상위 10개사의 유가증권 담보대출(스톡론 포함) 취급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14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5% 급증했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스톡론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뒤 현재까지 31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스톡론은 담보금액(예수금)의 최대 3배까지 빌려 주식에 투자할 수 있으며, 대출 기간은 6개월 이상으로 증권사 신용거래융자보다 길어 개인투자자의 수요가 많다. 주식시장 활황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품을 내놓기만 하면 단기간에 취급액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스톡론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지만 담보비율보다 주식 가치가 떨어지거나 연체가 생기면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때문에 스톡론은 연체율이 낮아 금융사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카드사, 저축은행들이 스톡론 취급액을 대폭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까지 저축은행은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율을 90% 이하로, 카드사는 60%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데, 스톡론의 경우 취급 시 별도의 소득증빙을 거치지 않아 일률적으로 고DSR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DSR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스톡론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신규 취급을 깐깐하게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2금융권 관계자는 “스톡론은 신용대출이 아닌 담보대출이기 때문에 금융사들에도 연체 걱정이 없는 안전한 수익원으로 꼽힌다”며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임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톡론에 대한 금융사들의 관심도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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