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돌려막기'… 카드 대출 32조원 역대 최고

소득 낮은 취약계층 카드론 급증… 1인당 카드는 8년만에 4장 넘어

[컨슈머뉴스=조창용 기자] "카드론과 같은 제2금융권 신용 대출은 작은 충격에도 연쇄적인 금융 부실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조선일보에 “카드론 이용자 중 돌려막기를 하는 다중 채무자도 많기 때문에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1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작년 말 국내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누적 기준으로 1억1370만장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억1100만장)보다 2.4%(270만장) 는 셈이다. 2000년대 초반 1억장이 넘었지만. 금융 당국 규제로 2014~2017년 4년간 9000만장대로 떨어졌는데 2018년부터 다시 1억장을 넘어서면서 늘어나는 추세다.

카드 회사들은 카드 종류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지난해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가 새로 출시한 신용카드는 144종으로 전년(61종)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페이 등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신용 등급 1~6등급 위주로 발급됐던 신용카드는 최근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에게도 발급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도 카드 회사들의 경우는 내년 7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카드론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서 신용카드발 금융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가계 부채가 1600조원에 달하면서 금융 당국이 은행 등 1금융권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이 같은 위험은 더 커지고 있는 중이다. 카드론을 포함한 카드 회사의 연체액(1개월 이상)은 겉으로는 최근 3년간 1조3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곯아 들어가고 있다. 6개월 이상 연체 악성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2017년 764억원에서 2020년 1684억원이 돼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연체 채권 중 악성 채권 비율은 같은 기간 6.5%에서 12.8%로 역시 2배로 늘었다. 이는 카드 사태 직전 2002년과 같은 숫자다. 채권 규모는 그 당시보다 적긴 하지만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2년에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률이 줄자 카드회사들이 회원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악성 채권 비율이 22.7%까지 치솟은 적이 있지만, 금융 당국이 카드 발급 기준과 카드론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이듬해 9.9%까지 떨어졌다. 2014년에도 14.5%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2017년(6.5%)까지는 감소세가 이어졌다.

한편, 16일 금융감독원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드론은 지난해 32조464억원(잔액 기준)으로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였다. 전년(29조1071억원)보다 10.1% 늘어났다. 10%를 넘은 것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연령별로는 20대(19%)와 60대 이상(17%)에서 증가율이 높았다. 카드론 평균 금리는 13% 전후로 3% 수준인 은행 신용대출 금리보다 4배나 높다. 주로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약 260만명(작년 상반기 기준)이 사용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나 주식, 가상 화폐 투자자들이 카드론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론 이용자들은 여러 금융회사에서 빚을 빌려 돌려막기를 하는 다중 채무자인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의 경우 카드론 이용자의 56%(146만명)가 카드 회사 3곳 이상에서 카드론을 쓰고 있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중 채무자들이 돌려막기를 하다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 등이 안 되면 도미노식 신용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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